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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내달 발효/ 차 인기모델 50만~ 80만원↓ 명품백·화장품 등 소폭 내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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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내달 발효/ 차 인기모델 50만~ 80만원↓ 명품백·화장품 등 소폭 내릴 듯

입력
2011.06.2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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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 승용차를 구입하려던 회사원 정모(33)씨는 이달 3일 서울 강남의 한 폭스바겐 매장을 찾고서는 고민에 빠졌다. 3,190만원인 '골프 1.6 블루모션'이 마음에 들었으나 다음 달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매장직원이 "인하 가격이 적용되니 걱정 말라"고 안심시켰다. 지금 가계약을 해도 출고까지 두 달 정도 걸려 1.4%(약 45만원)의 관세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정씨는 일단 가계약을 했지만, 생각보다는 인하 효과가 적어 고개를 갸우뚱했다.

7월 1일 한ㆍEU FTA가 발효돼 유럽산 자동차와 화장품, 와인 등의 국내 시장 공략이 본격화한다. 특히 중산층까지 소비 대열에 합류한 고품질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향상돼 명품 대중화가 더욱 앞당겨질 전망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기대처럼 관세율만큼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품목에 따라 가격 인하 폭이 천차만별일 것이라는 얘기다.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 유럽의 대표주자는 최근 시장 점유율이 크게 높아진 자동차를 비롯해 와인 농축산물 화장품 잡화류 등이다.

와인의 경우 현재 15%인 관세가 발효 즉시 사라진다. 이 경우 3만5,000원인 프랑스산 무통카데 레드는 3만원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주동준 한국와인협회 사무차장은 "지난 몇 년간 소비 부진으로 인건비 물류비 등 가격인상 요인을 억제해 왔기 때문에 관세인하 폭만큼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명품도 마찬가지다. 루이비통 프라다 구찌 등 유명 브랜드는 유럽 현지에서 생산되지만, 본사가 있는 홍콩이나 스위스(EU 비회원국)를 거쳐 들어오는 탓에 FTA 적용을 받지 않는다. 당연히 관세인하 효과를 볼 수 없다. 해외에서 구입해 사용하다 국내에 중고로 팔아도 이익이 남아 '샤테크'라는 기현상을 불러 일으킨 샤넬도 아직 가격을 정하지 못했다. 본사 지침이 아직 없는데다 고가 제품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인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자동차는 이미 관세인하 효과가 일부 반영됐다. 볼보코리아는 지난달 23일부터 3,890만원인 C30 D4와 5,710만원인 S80 D5의 가격을 각각 52만8,000원, 80만4,000원 내렸고, BMW도 1.3~1.5%가량 인하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추가 인하를 검토 중이지만, 관세 인하분을 전량 반영하지는 않을 움직임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정 정도 가격을 더 내리겠지만, 관세 인하분 중 일부는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애프터서비스 보강과 마케팅 강화에 사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화장품도 상황은 비슷하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2009년 1월부터 관세를 6.5%로 내린데다 최근 정부의 가격안정 정책으로 4%까지 떨어진 상황. 한ㆍEU FTA 관세인하(8%)의 절반이 이미 반영된 만큼,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경옥 한국화장품협회 기획조사과장은 "유럽의 명품 브랜드는 고급 이미지와 고가 전략을 지향해 가격 인하 흐름과는 상충된다"며 "오히려 관세인하 절감 효과를 마케팅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중ㆍ장기적으로 FTA 선점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가격 인하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가 관측도 높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FTA통상실장은 "한미 FTA가 국회를 통과하면 최대 시장인 미국도 문이 열리기 때문에 유럽 업체들이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한ㆍEU FTA 발효에 따른 사회적인 변화도 상당할 전망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럽에서 보편화한 동물복지 등 생활방식의 변화는 물론 상당수 EU 회원국이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어 한반도 문제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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