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은 새로움 아니면 낯섦이다. 현대음악 전문 바이올린 주자 강혜선(50)씨가 다시 한 번 새롭게 다가온다. 파리의 예술가 구역인 마레에 살지만 국내 무대를 거의 매년 갖고 있으니, 눈썰미 있는 사람들에게 낯설지는 않다.
강씨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시향의 '익스플로러 시리즈2' 무대에서 프랑스 작곡가 필립 마누리(59)의 바이올린 협주곡 '시냅스'를 아시아 초연한다. 그는 자신에게 헌정된 이 곡을 지난해 2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세계 초연했을 때 "아주 반응이 좋았다"며 고국 무대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어투는 고향인 부산 말씨 그대로다. 사물에 대한 호오의 감정을 순화시키는 재주는 별로 없어 보인다.
_'시냅스'는 어떤 작품인가.
"대편성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 1대가 협연하는 1악장의 곡이다. 초연 때 25분 걸렸는데 기교적으로 매우 힘들다. 파가니니 식의 초절기교가 아니라, 연주자에게 사고를 요구한다. 매우 도전적인 곡인데, 연주자도 청중도 지루해할 틈이 없다.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가 신경 세포간의 화학적 신호 전달 과정을 묘사하는 작품이다. 18개의 작은 테마들이 서로 영향을 받고 간섭하며 음 구조물을 쌓아 올린다. 전혀 보지 못한 테크닉과 템포가 등장한다. 훌륭한 연주라는 반응이 나오지 못하게 의도적으로 방해하자는 게 이를테면 작곡가의 의도다."
_작곡가 마누리와 잘 아는가
"불레즈와 메시앙의 뒤를 잇는, 프랑스 10대 작곡가다. 1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내는데, 내년 7월 메시앙 페스티벌에서 내가 초연할 작품을 헌정 받았다. 바이올린 협주곡을 요청한 2년 전 부탁이 빛을 보는 셈인데, 작품은 한 달 전에 받았다. 그는 현대음악에 감응력을 발휘하는 나의 강점을 꿰뚫고 있다. 요즘 연습 때마다 상의하고 있다."
_서울시향과의 인연은.
"16년 전 서울시향과 현대곡으로 리사이틀을 가졌는데 느낌이 좋았다. 거의 초연의 낯선 음악이지만 나는 연주 중 객석의 반응을 느낄 수 있다. 듣는구나, 안 듣는구나 하는."
_관객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나는 현대음악의 감동을 보여주고 싶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편견 없이 느껴라. 현대 미술은 그냥 가서 보지 않느냐. 이번 무대는 현대음악 팬이 아닌 일반인들을 위한 정기 공연 무대이므로 나로서도 기대가 크다."
강씨는 "현대음악은 객석보다 연주자에게 많은 것을 기댈 수밖에 없다"며 자신의 작업에 강한 긍지를 드러냈다. 그는 한국의 현대음악 작곡가들에 대해 "중국이나 일본 작곡가보다 동양적 느낌이 강하고 훨씬 감수성이 높다"며 "겁내지 말고 개성적으로 쓰라"고 주문했다. 그 중 맨 앞에 위치하는 진은숙씨는 강씨에 대해 "초인적인 정력과 정확성, 무결점의 운지와 운궁. 수정 같이 맑고 아름다운 소리의 소유자"라며 "나에겐 계시와 같은 존재"라 평한 바 있다.
그는 12년째 파리국립음악원에서 가르치고 있는데 올해 현대음악과가 신설돼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 모친 김진명씨는 동아대 음대 과장을 역임했고, 언니 혜정씨는 하프시코드 주자다.
서울시향과 함께 하는 이번 연주회에서는 이베르의 '기항지'(1921년작),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1874년작) 등도 연주된다. 루도비크 모를로 지휘. 1588-1210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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