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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의 신조어로 본 한국, 한국인] <17> 콘크리트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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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의 신조어로 본 한국, 한국인] <17> 콘크리트 소비자

입력
2011.06.2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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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보면, 신장개업을 하는 가게 앞에서 요란한 행사를 벌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저 떡이나 돌리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에는 광대 모양을 한 홍보용 풍선과 춤과 노래로 한껏 분위기를 띄우는 도우미는 기본이고, 때로는 공짜 선물이나 경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색다른 장면이나 소음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당기려는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노이즈 마케팅이란 어떤 상품을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판매를 늘리려는 마케팅 기법을 말한다. 즉 상품의 품질로 승부를 하기보다는 소음이나 잡음을 뜻하는 '노이즈'를 일부러 조성해 그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든 상관없이 그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기심만을 부추겨 상품의 판매로 연결시키는 판매 기법이다. 그런데 일단 사람들의 관심부터 유도하려는 노이즈 마케팅이 갈수록 극성을 부리는 것은 최근의 소비자가 이른바 콘크리트 소비자로 변해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콘크리트 소비자란 어지간한 충격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단단한 콘크리트처럼 기업광고에 무감각해진 소비자를 의미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을 들여 광고를 해도 반응을 보이지 않으므로, 콘크리트 소비자의 증가는 무척이나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요즘의 소비자는 점점 콘크리트처럼 변해가고 있는 걸까?

첫째, 사람에게는 익숙한 자극에는 금방 둔감해지고 새로운 자극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서이다. 처음에는 잔인한 공포영화에 몸을 떨지만 그런 류의 영화를 자주 보다 보면 곧 식상해지는 것처럼, 사람은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간에 그것에 곧 적응이 되기 마련이다. 일찍이 프로이트는 이에 대해 '인간은 오직 대조(對照) 속에서만 강렬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상태에서는 거의 즐거움을 얻지 못하도록 되어있다'(프로이트, 1930, 「문명 속의 불만」, 『프로이트 전집 제12권』, 열린책들, 249)고 말한바 있다. 이를 현대 심리학에서는 '적응원리'라고도 한다. 아무튼 유사한 자극이 계속되면 둔감해지고 차이가 나는 자극에는 민감해지게 만드는 적응원리는, 비슷비슷한 광고들이 범람하게 되면 사람들이 그것에 무감각해지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둘째, 콘크리트 소비자의 증가는 소비자들의 기업광고에 대한 불신과 개인주의적 성향과도 관련이 있다. 대중의 시선을 끄는 것을 가장 우선시하는 노이즈 마케팅 기법이 남발되고 있다는 걸 소비자라고 해서 모를 리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기업광고는 상품의 품질과는 별 상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광고를 불신하게 된다. 또한 젊은 소비자일수록 개인적인 욕구가 다양하고 취향도 까다로워 광고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지 않으려는 성향을 보인다. 이들에게는 자기만의 독특한 기준이 있고, 남들과는 뭔가 달랐으면 하는 욕구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고유한 적응원리로 보나 기업광고에 대한 대중들의 태도로 보나, 콘크리트 소비자의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사회에 만연한 불신풍조와 노이즈 마케팅의 증가 역시 이런 경향을 심화시킬 것이다. 그런데 적응원리는 없애거나 넘어서기가 힘들 것이므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주로 후자 쪽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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