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시아를 통틀어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첫번째 나라다. 세계 최대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가 크지만, 한편으론 주변국 상품이 우리의 무관세 수출에 '무임승차'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산으로 위장했다 적발된 수출물품의 규모는 2008년 635억원에서 2009년 704억원, 지난해 1,169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들은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물건을 들여와 '메이드 인 코리아' 딱지만 붙여 재수출한 이른바 '원산지 세탁' 상품들이다. 작년 적발물품 중 절반 이상(약 600억원)은 EU나 미국으로 수출하려던 물품이었다.
자연히 한ㆍEU FTA 발효 이후 EU를 향한 원산지 세탁 수출품이 급증할 우려가 있다. 한ㆍEU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에서 EU로 수출하는 공산품의 99.6%가 앞으로 5년 내 관세가 철폐된다. 특히 원산지 세탁을 시도하다 적발된 물품 중 비중이 가장 큰 의류ㆍ직물 제품은 대EU 수출관세율이 다른 공산품보다 훨씬 높은 9.1%에 달한다. 그 만큼 원산지 세탁이 기승을 부릴 개연성이 높다. 최근 방한한 미국 관세청 전문가는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미 세관은 한국을 '원산지 세탁 고위험국가'로 분류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원산지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FTA 발효 후 한국산 제품에 붙는 '브랜드 프리미엄'을 노린 원산지 세탁이 기승을 부릴 우려가 있어 예방책 마련에 힘쓰는 중"이라고 전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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