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지휘자 성시연(35)에게서 클래식의 건강지수를 가늠한다. 1년 중 넉 달 거주하는 베를린이 주요 활동 거점이고, 콘서트 하랴 집(부산)에 들르랴 서너 차례 찾는 한국은 출발점을 되돌아 보게 한다. 세계를 무대로 뻗어나간 그에게 꿈은 더 높이 그를 추동한다. 2006년 게오르크 솔티 국제지휘콩쿠르 우승 이후 “비르투오소”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던 지난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무대까지 그의 젊음은 항상 더 새로운 도전을 마다지 않았다.
15일 ‘희망 드림 콘서트’, 16일 ‘마에스트라 성시연과 함께 하는 그림자극 콘서트’ 등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잇따라 열린 콘서트는 클래식과 무관할 듯 싶던 사람들과의 소통을 이뤄낸 자리였다.
“파이프오르간 자리에 금관 주자 8명을 배치한 것은 제가 주장했어요. 반대편의 큰 북과 함께 서라운드 음향 효과를 노린 거죠.”
그래서일까, 15일 공연장의 음감은 좌우상하로 확장돼 있었다. “속도도 조금 빨랐어요. 드라마틱한 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외국서 주로 생활하는 여성이란 사실이 한국에서는 소통의 어려움을 낳을 수도 있지만, 그와는 거리 멀다.
“그 날, 악장 사이의 박수요? 외국서도 종종 벌어지는 일이에요. 감동의 결과로 나온 박수는 너그러이 생각하고 싶어요.” 오차의 허용 범위가 넓은, 관대한 지휘자인 셈이다.
성시연은 지휘 제스처가 유독 크다.
“저의 큰 제스처요? 젊어서 그래요. 뮤지션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주자는 독일 카펠마이스터(합창 지휘자)의 영향이기도 하고, 오페라 지휘의 준비 과정이기도 해요.”
그는 “클래식의 사회 참여 통로로서 엘 시스테마 같은 시도는 대찬성”이라며 “더욱 연구해서 우리 사회에 걸맞은 형태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그게 필생의 꿈이다. “돈, 물질, 자본주의 하에서도 인본 사상은 있잖아요? 내면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깊은 음악 하기 같은 것.”
그는 29일 베를린으로 돌아갔다가 7월 중 입국한다. “7월 30일 대관령음악제에서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소편성으로 연주할 계획이에요.”
그는 “한국 관객들은 연주자를 편안하게 해 최선의 연주를 끌어낸다”며 “세계의 모든 연주자들이 한국에 와서 연주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조금만 성에 안 차면 야유를 터뜨리는 이탈리아 오페라 관객들과는 다르다고 했다.
다음 꿈은 오페라 지휘자다. , 등 독어로 된 책들을 읽고 있는 것은 그 준비 작업이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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