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핵테러방지구상(GICNT: Global Initiative to Combat Nuclear Terrorism)’회의가 29, 30일 이틀간 대전에서 열린다. 다소 생소한 이름의 이 회의에는 세계 82개국 정부와 유럽연합(EU) 국제원자력기구(IAEA) 국제형사기구(Interpol)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등 국제기구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참여, 핵 테러 방지를 위한 조치와 대책에 관한 경험을 나누고 대응 능력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한다.
내년 핵안보정상회의에 중요
GICNT회의는 내년 3월 서울에서 처음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핵안보정상회의는 GICNT와 같은 국제협력체들의 핵테러 방지 노력에 각국 정상 차원의 관심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GICNT 총회 참가국 대부분이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따라서 이번 총회에서 논의되는 각국의 관심 사안은 내년 핵안보정상회의에도 상당부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핵테러 위협은 막연한 가능성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다. 알 카에다와 탈레반 등 국제 테러집단은 오래 전부터 핵무기 획득을 추구한 사실이 여러 정황을 통해 확인되었다. IAEA에 따르면 1993년 이후 약 1,600건의 핵 물질 도난 및 밀거래 사건이 보고되었다. 미국 정부가 발간한 2008년 핵태세 보고서(NPR)는 테러리스트에 의한 핵무기 공격을 미국이 당면한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교한 핵폭탄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테러리스트들이 무기급 핵 물질을 확보할 경우 조잡한 핵폭탄을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무기급 핵물질이 아니더라도 병원 연구소 등에서 널리 쓰는 방사성물질을 이용한 ‘더티 밤(dirty bomb)’의 위협은 상대적으로 높다.
GICNT는 이러한 핵 테러 위협에 맞서 2006년 G8 정상회담의 합의로 출범하였다. 일부에서는 GICNT논의를 잘 발전시켜서 현재 개별 국가들의 역량에 맡겨져 있는 핵 물질 방호와 핵 테러 방지 등 핵 안보 노력을 국제규범화 하는 장기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GICNT는 출범 초기 외교적 행사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작년부터 총회 산하에 이행평가그룹(IAG)을 설치하고 ‘핵 감식’과 ‘핵 탐지’ 등 2개 실무작업반(working group)을 결성하는 등 실질적인 제도화 과정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GICNT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GICNT 출범 5주년을 맞아 원자력 관련기관이 집중되어 있는 대전에서 미국 러시아와 함께 공동 의장국으로 총회를 개최한다. 이번 GICNT 총회는 핵 테러 대응에 우리나라의 기여를 강화하고 핵 안보 관련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홍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북핵 해결에도 도움되게
북핵 문제를 직접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세계 주요국가들이 참석하는 이번 총회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의 일치된 행동을 촉구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회의 일정에는 원자력기관 시찰 프로그램도 포함되어 있다. 세계 각국 참가자들에게 우리의 선진 원자력 기술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내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개최되는 GICNT 총회에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린다.
백지아 외교통상부 국제기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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