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20일 대국민 연설에서 "개혁은 없다"며 강경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각국이 시리아의 유혈진압을 제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시위대가 정권 축출을 위한 국가위원회를 수립했지만 아사드 대통령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시리아의 정국 혼란은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AP통신 등 외신은 아사드 대통령이 이날 다마스쿠스대학에서 "파괴자들이 정권에 도전하면서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아사드는 "시리아의 미래는 모든 정파가 참여할 국민 대화에 달렸고, 이 속에서 헌법 개정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며 개헌을 논의할 국민 대화를 제의했다.
아사드는 그러면서도 "석달 넘게 이뤄지는 시위는 파괴자들의 선동이자 만행"이라고 단언한 뒤 "파괴와 혼돈 앞에서는 어떤 개혁도 있을 수 없으며 우리에겐 고립시켜야 할 파괴자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종일관 반정부 시위대를 혼란의 원흉으로 몰고 간 그는 "긴급한 일이 끝나면 제도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며 무력진압의 뜻을 밝혔다.
이번 연설은 3월 중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뒤 나온 아사드 대통령의 세 번째 연설로 시위대의 개혁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라고 AFP통신은 평가했다.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면서 아사드 대통령이 타협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이날 연설에서는 그런 타협안이 나오지 않았다. 아사드 대통령은 시위 발생 보름만인 3월 30일 의회연설을 통해 "반정부 시위는 적에 의해 주도되는 음모"라고 일축했으며 4월 16일 TV 연설에서는 반세기 가까이 지속된 국가비상사태를 해제하면서 시위해산을 위한 범국가적 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시위대가 아사드 대통령의 연설 직후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이제 남은 것은 혁명 뿐"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앞서 19일 시위대는 아사드 정권 축출 투쟁을 이끌기 위한 국가위원회를 조직했다. 시위대는 터키와 시리아 국경 부근에서 외신 기자들을 만나 "시리아의 모든 세력을 규합해 국가위원회를 창설한다"고 선언했다. 반정부 세력의 대변인인 자밀 사이브는 "위원회는 혁명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아의 반정부 인사들이 세운 임시과도국가위원회와 같은 조직이 시리아에서도 만들어짐에 따라 이들의 역할이 주목된다.
20일 다마스쿠스 등에서는 아사드의 연설이 끝난 뒤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했고 정부군은 지스르 알 슈구르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민가를 수색하면서 곡식에 불을 질렀으며 터키 국경으로 넘어가는 길을 봉쇄해 피난민 수천명의 발을 묶었다. 터키 정부는 19일 국경 지역의 난민 1만500명을 대상으로 긴급 식량 원조를 시작했다고 밝혔고, 이슬람적십자도 국경지대에 식량과 물 공급을 시작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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