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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직원 말만 따랐다가… 사고 피해자가 사기 피의자로

입력
2011.06.2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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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 K(44)씨는 경찰로부터 "보험사기에 연루됐으니 출두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연락을 받고 의아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보험사기'와 관련될 만한 까닭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2008년 7월 교통사고 당시 렌트 업체가 35만원을 왜 K씨 개인계좌로 입금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영문을 몰랐던 K씨는 그제서야 당시 사고처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사건 발단은 이렇다. 2008년 7월 K씨는 서울 중랑교 인근에서 옆에서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에 접촉사고를 당했다. 사고 현장에 나온 A보험회사 직원은 K씨에게 "20~30% 정도 과실이 예상되는데 차량 수리기간 렌트를 하지 않으면 면책이 되고 가해 차량 측이 보상을 전액 책임진다. 수리기간 교통비도 지원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K씨는 보험회사 직원의 말을 믿고 그대로 따랐다.

문제가 된 것은 교통비 35만원. 경찰조사 과정에서 A보험회사에서 지급한 줄 알았던 교통비가 T 렌트 업체로부터 입금된 사실을 알았다. K씨는 지난달 참고인에서 졸지에 보험사기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어 경찰의 재조사를 받아야 했다.

경찰 조사 결과 렌트를 하지 않으면 면책이 된다고 설명했던 A보험회사측이 실제로는 K씨의 이름을 무단으로 도용, 렌트 계약을 한 뒤 렌트비를 가해차량이 가입한 B보험회사에 청구해 그 중 일부를 교통비로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최근 서울 성동구에 있는 T 렌트 업체를 압수수색, 차량 렌트 영업 관련 서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관련자들을 차례로 불러 이 업체와 보험회사 직원, 보험회사 사이에 사기 공모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다. 해당 보험사는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관련 직원 등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K씨는 조사과정에서 경찰이 "웃기는 사람" "애꿎은 보험회사 직원이 피해를 봤다"는 등 자신을 사기사건 범인으로 단정했다며 국가인권위에 인권침해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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