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검ㆍ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대해 검찰은 직접적인 평가를 삼갔지만,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겉으로는 검사의 수사 지휘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듯한 모양새이지만, 경찰에도 독자적인 수사 개시권을 부여함으로써 사실상 수사권이 이원화된 구조로 행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의 복잡한 속내는 대검찰청이 이날 오후 김준규 검찰총장 주재로 긴급 회의를 가진 뒤 발표한 공식 입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오늘 합의는 수사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향후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대목에선 언뜻 '이 정도면 만족'이라는 뉘앙스가 읽히지만, 검찰의 '진심'은 다음 문장에 묻어나 있다. "국민 인권 보장을 위해 모든 수사 단계에서 사법경찰에 대한 지휘를 더욱 철저히 해 나가겠음"에서 핵심은 '모든'과 '더욱 철저히', 바로 이 두 가지다.
합의안 문구 가운데 '수사'에는 '내사'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경찰 해석을 에둘러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찬식 대검 대변인은 "내사는 공식적인 법적 용어가 아니다. 내사도 수사에 포함된다는 판례도 있으니, 수사의 개시 시점을 언제부터로 봐야 할지는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검사들은 합의안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수도권 지역 검찰청의 A검사는 "경찰의 무분별한 내사에 대한 통제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부당한 내사나 수사를 종결하라고 지휘한다 해도 '우리는 범죄혐의가 있다고 본다'며 계속 수사하려고 한다면 혼선만 빚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B검사는 "검찰과 경찰의 입장을 모두 반영하려 하다 보니, 형사소송법 196조가 굉장히 복잡해진 데다 중언부언하는 측면이 있어 '누더기 법안'이 된 것 같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C부장검사는 "경찰은 법률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실제 의료 행위를 하고 있는 무면허 의료인에게 의사면허를 준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며 "앞으로 문제는 변화된 상황에 맞춰 새로운 수사체계를 어떻게 확립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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