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보장받고, 경찰은 자체적인 수사 개시권을 보유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합의안이 20일 진통 끝에 도출됐다.
정부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효재 정무수석, 권재진 민정수석, 임채민 국무총리실장, 이귀남 법무부 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조현오 경찰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막판 조정을 거쳐 이 같은 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합의안에 경찰보다는 검찰의 입장이 지나치게 많이 반영됐다는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양 기관이 성심을 다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협의한 결과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발표했다. 합의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보면 제196조 2항은 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에 관해 수사를 개시ㆍ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 개시권을 명문화한 것으로 경찰은 위법행위를 인지할 경우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는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1항에는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명시했다. 또 4항을 통해 사법경찰관은 범죄를 수사한 때에는 관련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하도록 했다. 게다가 3항에서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하고,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정부는 검찰과 경찰이 한발씩 양보해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지만 수사 개시권과 관련해 경찰을 견제해야 한다는 검찰 측의 입장이 대폭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명확하게 규정됨에 따라 정부는 '사법경찰관리는 검사가 직무상 내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검찰청법 53조를 삭제하기로 했다.
임채민 총리실장은 이와 관련, "이번 법률 개정은 수사권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 현실을 법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검ㆍ경 양측의 충돌 가능성을 여전히 남겨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측이 앞으로 6개월 이내에 협의체를 구성해 법무부령을 정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논의 과정에서 견해 차이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검∙경 수사권 합의안이 반영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의결해 법제사법위로 넘겼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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