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집 비리 사건 브로커 유상봉(65)씨에 대한 법원의 병 보석 결정에 검찰의 적극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서울동부지법에 따르면 유씨가 지난 4월초 갑상선암과 당뇨 등을 이유로 구속 재판을 받기 어렵다며 법원에 제출한 보석 신청에 대해 검찰이 비공식적으로 이를 받아들여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는 것이다. 동부지법 관계자는 이와 관련 "유씨의 보석을 두고 재판부가 (법적인 결정 외에도)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고민하던 상황이라 검찰의 요청이 다소 의아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같은 이유로 유씨가 신청한 구속집행정지 역시 검찰이 적극적으로 법원에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씨가 지난해 12월 1차로 보석을 신청했을 때는 당시 재판부가 허가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은 자살한 임상규 순천대 총장이 '악마의 덫에 걸렸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유씨의 협박 논란이 빚어진 뒤 검찰이 밝힌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임 총장의 자살 뒤 "일부 언론에 검찰이 유씨를 풀어 줘 임 총장을 협박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이는 적절하지 않은 보도이며 보석 결정은 전적으로 법원의 권한으로 건강상의 이유로 허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유씨의 보석결정 과정에 있었던 검찰의 석연찮은 개입이 드러남에 따라 유씨의 부적절한 보석 후 행적에 대한 검찰의 책임 문제가 불거질 전망이다. 법조계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유씨가 검찰 수사에 협조를 잘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씨는 보석 결정 직후 자신의 주 활동 무대인 부산을 2박3일 간 다녀오는 등 돈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이미 재기를 위한 활동까지 하는 등 병 보석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활개를 치고 다녔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검찰의 구형대로 법원이 선고를 하지 않는 것과 같다"며 (검찰의 요청이 있었다 하더라도) 보석 결정은 법원의 책임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한편 검찰은 이번 주 내로 유씨의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한 추가 기소를 통해 사실상 함바집 비리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배임증재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가 됐으며 법원은 그 동안 형사1단독 재판부에서 유씨의 재판을 진행해 왔다. 검찰이 추가 기소를 하는 데로 법원은 유씨 재판을 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을 담당하고 있는 제11형사부(합의부)로 병합해 처리할 계획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이정현기자 joh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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