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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의 DNA… 사극 트렌드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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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의 DNA… 사극 트렌드를 바꿨다

입력
2011.06.2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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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간 나인이 온갖 역경을 딛고 어의(御醫)로 성공하는 내용을 그린 '대장금'이 2000년대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사극으로 꼽혔다. 지난 10년간 방송된 사극 중 시청률 1위(41.6%)를 기록한 '대장금'은 이후 TV 사극의 판도 변화를 몰고 왔다. 왕조 역사나 당쟁 중심의 근엄함을 벗고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에 포커스를 맞추도록 했고, 여러 차례 리메이크된 '장희빈'을 넘어 '황진이' '선덕여왕' '동이' 등 밝고 긍정적인 여성들이 사극에서 활개치게 하는 물꼬를 텄다. 소재가 가벼워지면서 미니시리즈 형태의 사극도 등장했고, 다양한 퓨전 사극도 이어지고 있다. 시청률조사회사 TNmS가 집계한 2001~2011년 사극 시청률 톱 10을 중심으로 2000년대 TV 사극의 흐름을 짚어봤다.

화사하고 감각적인 이병훈표 사극 바람

TNmS에 따르면 2001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지상파 방송 3사를 통해 방영된 사극은 54편. 이중 MBC 5편, KBS 3편, SBS 2편이 시청률 톱10에 들어 단연 MBC의 선전이 돋보였다. '대장금'에 이은 2위 '주몽'(41%)도 성공담을 강조한 MBC 사극의 대표작이다.

퓨전사극 전성시대를 연 '대장금'의 이병훈 PD는 "내 딸도 사극을 안 봤다. 사극은 중장년층 남성들만 즐긴다는 게 보편적 인식이었다"며 "사극을 젊은층들이 찾아보게 하려고 스토리를 빠르게 진척시키고 고어를 뺀 현대어로 대사를 쓰는 등 노력했다"고 말했다. 파스텔 톤의 화사한 한복이 등장하고 국악과 클래식 일색이던 배경음악이 뉴에이지 음악으로 대체된 것도 그가 1999년 '허준' 에 도입하면서부터다. 그는 가장 눈에 띄는 사극으로 '추노'를 들며 "사극이 원래 이야기 중심으로 풀어가지 캐릭터 중심으로 잘 안 가는데 새롭고 좋은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정통사극에선 단연 '태조왕건'(3위ㆍ 37.3%)이 우뚝했다. KBS 간판 사극PD 김종선 감독이 연출한 '태조왕건'은 왕건과 궁예의 각축 못지않은 최수종과 김영철의 연기 대결로 남성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궁예의 최후 장면은 개별 회차로는 최고인 56.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KBS는 이후 '불멸의 이순신' '대조영' '대왕 세종' '근초고왕'을 방영했지만 시청률 30%를 넘지 못했다. 정통사극의 행보는 다소 주춤한 상황이지만, 김종선 PD의 연출로 방송중인 '광개토태왕'처럼 웅장한 스케일의 전투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각종 책략과 두뇌게임을 내세워 중년 남성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여성 주인공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시청률 4, 5위는 고현정이 미실 카리스마를 내뿜은 MBC '선덕여왕'(35.4%), 강수연 전인화가 열연한 SBS '여인천하'(32.7%)가 차지했다.

영화 못지않은 영상미를 자랑한 KBS2 '추노'(31.7%)는 6위에 올랐다. 노비를 쫓는 추노꾼이라는 낯선 인물을 역사에서 불러내 화제를 일으켰고, 아웃포커싱과 고속촬영이 가능한 레드원 카메라를 도입해 화려하고 감각적인 액션신을 구현해 눈길을 끌었다.

미니시리즈화로 퓨전 바람 거세져

지난 10년간 방송사별로 평균 4,5개의 사극을 제작했는데, 특히 2008, 2009년부터 제작이 더 활발했다. 이 시기에는 20부 안팎의 미니시리즈 형태 퓨전사극이 속속 등장해 사극 대중화를 이끌었다. 2008년 KBS2 '쾌도 홍길동', '최강칠우', '전설의 고향', '바람의 나라'가 SBS '일지매', '바람의 화원'이 방송됐다. MBC도 2009년 24부작 '돌아온 일지매'를 내보냈다. SBS '자명고'(2009) '제중원'(2010), MBC '김수로' 등 기존 미니시리즈보다 길지만 40부작을 안 넘기는 중간 형태도 등장했다.

방영분량을 대폭 줄이고 이준기(SBS '일지매'), 박신양 문근영(SBS '바람의 화원'), 에릭, 구혜선(KBS2 '최강칠우'), 강지환 성유리 장근석(KBS2 '쾌도 홍길동') 등 젊은층이 좋아하는 스타들을 사극에 끌어들여 시청연령층을 대폭 낮추기도 했다.

최근 사극의 흐름은 폭넓은 연령층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대중화다. 현대적 감각을 도입한 퓨전사극이 한 축으로 공고히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박유천 송중기 유아인 등 꽃미남 유생들을 앞세운 KBS2 '성균관 스캔들'처럼 역사적 사실을 담았지만 무겁지 않게 소재로서 적절히 활용하는 쪽이 각광을 받고 있다.

내달 4일 방영하는 SBS '무사 백동수'는 실록에 한 줄 언급된 것을 바탕으로 조선제일검으로 풍운의 삶을 살았던 민중영웅 백동수를 되살려낸다.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KBS2 '공주의 남자'(7월 하순 방영) 역시 조선시대 계유정난을 둘러싸고 원수 사이였던 수양대군과 김종서의 2세가 사랑에 빠진다는 픽션이다. 김욱 작가는 "야사에 짧게 언급된 이야기가 흥미로워 작품을 구상했다"며 "역사를 크게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상상력을 발휘할 폭이 넓다"고 말했다. 역사에서 힌트를 얻어 변주한 사극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앞으로도 퓨전사극 제작이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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