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에서도 삼성전자나 포스코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올 수 있을까.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르면서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등 신흥시장으로의 진출을 시도하는 업체가 잇따르고 있다.
김정남 동부화재 사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5월 미국 뉴욕에서 사업 면허를 얻어 9월부터 영업을 시작한다"며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에도 영업망을 구축해 현재 670억원인 해외 매출을 2015년에는 1,500억원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동부화재는 2월 중국 칭다오에 법인을 설립했고, 베이징에도 주재사무소를 설치해 본격적인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생명보험 업계 1위인 삼성생명도 박근희 사장 취임 이후 부쩍 해외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베트남에 가장 먼저 진출한 대한생명 역시 현지 고용 설계사가 3,500명이 될 정도로 자리를 잡은 상태다.
보험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국내 보험 가입률이 100%에 가까울 정도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 올해 보험 가입률(생보ㆍ손보 합계)은 98.0%. 시장 규모를 키워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보다는 서로 고객을 빼앗아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셈이다.
반면 중국과 동남아시아 쪽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밝다. 특히 '마이카 열풍'이 불고 있는 중국 자동차보험 시장은 고속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1,800만대의 차가 팔렸고 올해 2,000만대가 새로 팔릴 전망이다. 한국의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가 1.813만대(3월말 기준)이니, 한국시장보다 큰 규모의 신규 시장이 매년 생겨나는 셈. 생명보험 시장(연간 보험료 기준)도 2000년 2,000억위안에서 지난해 1조위안(167조 7,000억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개척 필요성이 높아지는 것과 달리, 아직은 실적이 그만큼 따라붙지 못하고 있다. 수입보험료 중 해외 부문 비중은 생보가 0.07%, 손보가 0.45%에 불과하다. 또 현지인을 상대하기보다는 그룹 관계사와의 계약을 처리하는 비중이 높고, 진출 초기라 사업비가 많이 들어 적자를 기록하는 회사도 많다.
전문가들은 해외로 나서려는 보험사들에 대해 보다 철저한 준비와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관습과 문화가 다른 외국에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
이승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시장은 언더라이팅(가입자 위험을 평가ㆍ분류해 보험료나 조건을 결정하는 것)이나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 생산성이 높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은 해외자본에 대한 반감이 크고 콴시(關係)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어 자리를 잡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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