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방산업계의 고질적인 납품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 부처 중 최초로 민과 관이 함께 참여하는 교차점검 제도를 도입한다.
노대래 방사청장은 20일 "방사청은 계약 당사자인 주계약업체가 제출하는 자료만 검증하다 보니 그 이전 단계에서 가격을 부풀리는 하청업체의 문제를 직접 다룰 수 없어 늘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며 "독일 등에선 이미 보편화된 교차점검 제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 청장은 "주계약업체가 하청업체에 지불하는 일정 금액 이상의 대금에 대해서는 이 제도의 적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감독기관으로서 이미지와 방산계약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차점검은 일명 '4개의 눈 원칙(four eyes principle)'이라고도 불린다.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 두 명이 2개씩 4개의 눈을 부릅뜨고 계약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본다는 의미다. CFO 한 명은 방사청 직원 중에서 선발하거나 방사청에서 전문가를 선임하고, 다른 한 명은 하청업체의 주주들이 고용한다. 정부와 민간업체의 CFO가 이중으로 계약을 감독하는 셈이다. 방사청은 사업계약관리 부서를 중심으로 대책팀을 만들어 방위사업법을 비롯한 관련 법률에 어떻게 이 제도를 포함시킬 지 고심하고 있다.
방사청은 연 9조9,400억여원의 예산 중 61%인 6조1,000억원을 방산물자 도입에 쓰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하청업체가 연관된 다단계 방식으로 공급된다. 현재 방산업체는 92곳, 이들이 취급하는 방산물자는 수천 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 취지에도 불구하고 우려도 제기된다. 기업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간섭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청업체의 원가 자료가 방사청 입장에서는 회계검증 수단에 불과하지만 업체로서는 영업기밀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방사청의 적은 인력으로 수천 개에 달하는 하청업체의 원가산정 방식을 파악하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방산 비리가 워낙 심각해 교차점검이 필요하지만 지나친 관치로 비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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