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진통 끝에 마침내 검ㆍ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마련됐다. 골자는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일절 인정하지 않는 현행 형사소송법을 개정, 경찰에 처음으로 수사개시권을 부여하되,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기존대로 유지하는 내용이다. 검찰과 경찰이 부분적으로 이의를 제기, 자구 표현 등을 놓고 다툴 여지는 있으나 합의내용은 지난 3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위에서 합의한 원칙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것이어서 입법화 과정에 큰 파행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설명대로 합의안은 수사권을 적극 조정했다기보다는 수사현실을 반영한 정도의 수준이다. 그렇더라도 법적으로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부여한 것은 일정 부분 경찰수사의 독자성을 인정하는 취지여서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다만, 검찰의 수사지휘 및 통제를 더욱 명확히 하는 내용과 모순되는 부분이 있어 실제 현장 적용과정에서 충돌할 소지는 있다. 앞으로 법무부령 등에서 세심하게 권한의 중복 및 지휘관계 등을 명확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합의안 내용의 득실 분석을 떠나 검찰과 경찰 모두 분명히 인식해야 할 점이 있다. 수사권 조정에 대해 양 기관 모두 운명을 건 싸움처럼 매달렸으나 정작 국민들은 밥그릇 다툼으로 보는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정반대의 입장에 선 검ㆍ경 측이 내세우는 명분은 하나 다르지 않았다. 인권보호론, 자질론, 정치적 중립론, 권력 분산 및 견제론 등이 그것들인데 국민 입장에서 보기엔 실소할 만한 주장들이다. 이 점에 관한 한 둘 모두 대표적인 국민적 불신기관인 때문이다. 유독 수사권 다툼에 국민이 무관심하거나 짜증스러워 하는 것은 손을 들어주고 싶은 쪽이 없기 때문임을 양쪽 모두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어쨌든 수사권 조정의 단초는 마련됐다. 어차피 시대적 흐름을 따라 앞으로 사건유형별 수사권 분리단계를 거쳐 장기적으로는 결국 수사권과 소추권의 분리로 나아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민의 신뢰도다. 별 의미 없는 권한다툼은 이쯤에서 접고, 검ㆍ경 모두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자기개혁의 경쟁을 시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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