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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장동호 금호타이어 박사 "타이어 덜 닳면 환경오염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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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장동호 금호타이어 박사 "타이어 덜 닳면 환경오염 줄입니다"

입력
2011.06.2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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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는 그냥 질긴 고무덩어리가 아니다. 자동차 만큼은 아니겠지만, 타이어에도 첨단과학이 들어 있다.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재료개발팀의 장동호(사진) 박사는 28년 '마모와의 싸움'을 벌여 왔다. 자동차가 달리면 닳을 수밖에 없는 게 타이어의 숙명이지만, 조금이라도 마모를 줄여 내구연한을 늘리는 것이야말로 타이어 연구자들의 숙제다. 장 박사는 자동차 타이어의 세가지 조건으로 ▦운전자와 탑승자에게 쾌적한 승차감을 제공할 것 ▦사고가 나지 않도록 제동력을 유지할 것 ▦환경오염을 줄일 것 등을 꼽았다.

특히 환경친화상은 갈수록 강조되는 좋은 타이어의 조건. 그는 지난 2009년 환경부가 차세대핵심환경기술개발사업의 하나로 만든 '무ㆍ저공해 자동차 사업단'(CEFV)으로부터 '타이어 마모를 줄이는 방법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사실 자동차가 공기를 오염시키는 것은 배기가스가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타이어도 만만치 않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공기 중 미세먼지의 7% 가량은 타이어가 닳아서 생긴 것. 장 박사는 "타이어가 덜 닳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다"며 "타이어 마모로 생기는 미세먼지는 합성화학물질 때문에 사람들이 숨 쉬는 데 해롭다"고 말했다.

'덜 마모되는 타이어'는 결국 '덜 마모되는 소재'를 얼마나 개발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에 장 박사는 ▦기존 고무에 마모를 최소화 하는 성분을 추가한 기능성 고무 ▦카본블랙의 입자 크기는 줄이고 입자끼리 촘촘히 뭉치도록 해 고무를 더 강하게 하는 소재 ▦콘크리트의 자갈과 모래를 연결하는 시멘트 같은 역할의 고무 결합제 등 3가지 소재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그는 타이어 기술을 '요리법'에 비유했다. 소재 그 자체 보다는 소재를 어떻게 섞느냐가 타이어기술의 핵심이라는 것. 똑같은 음식 재료와 음식 만드는 법을 가지고도 만드는 사람 따라 맛이 다르듯 똑 같은 고무와 합성 물질을 써도 연구자의 손 맛을 타기 마련이라는 얘기다. 장 박사는 "130도가 넘는 배합기 안에서 딱딱한 고분자물질(고무)에 10가지 넘는 첨가제를 넣어 수 백 번 휘저어 준다"며 "너무 많이 섞으면 무른 타이어가 나오고 너무 적게 섞으면 첨가제가 고루 섞이지 않는다"고 했다. 어떤 시점에 얼마나 넣고 얼마나 휘저어 주느냐에 따라 타이어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장 박사팀은 2년 넘는 연구 개발 끝에 기존 타이어 보다 마모율이 60% 좋아진 '하이 마일리지'(High Mileage) 타이어를 개발했다. 그는 지난 10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주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상'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타이어기술은 세계적 수준. 브랜드 파워에서 프랑스 미쉐린이나 일본의 브리지스톤, 미국의 굿이어 등에 이미 밀리지만, 기술수준으론 이미 상당부분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 박사는 "국내 타이어 기술력이 조금씩 좋아지자 미쉐린이나 브리지스톤이 더 이상 기술 제휴도 않으려 한다"고 귀뜸했다.

장 박사는 제동력이나 승차감은 타이어의 기본일 뿐, 앞으론 환경친화성이 타이어 판단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장 박사는 "타이어에서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노화방지제가 물고기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 회사에 친환경 노화방지제를 쓰자고 요청했다"며 "친환경과 관련된 부분은 작은 것도 놓칠 수 없고 이것이 곧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장 박사가 소비자들에게 주는 팁 하나. 그는 자동차 사고의 대다수가 타이어 공기압의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그는 "타이어 공기압이 너무 낮으면 연비가 떨어지고 열이 나서 사고가 일어나고 공기압이 너무 높으면 승차감이 떨어진다"며 "주유소에 있는 공기압 체크기로 공기압만 꾸준히 체크해도 사고는 줄이고 오래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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