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떠들썩한 복지 논쟁 뒤 '사각지대' 기막힌 현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떠들썩한 복지 논쟁 뒤 '사각지대' 기막힌 현실

입력
2011.06.20 09:18
0 0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공원 주차장. 이곳에는 1년째 주차된 승용차가 있다. 목수일을 하다가 5년 전부터 백내장으로 오른쪽 시력을 잃고 일을 할 수 없게 된 윤모(69)씨. 미혼인 그는 가족이 없고 월세를 낼 돈이 없어 6년 전 구입한 승용차에서 잠을 자며 1년째 공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식사는 무료 급식 1끼가 고작이다. 그의 고물 자동차에는 세금체납으로 21건의 압류와 1건의 저당이 잡혀 있다.

서울 광진구의 한 공원. 26세 동갑의 지적장애부부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이곳 공공화장실과 공원에서 노숙생활을 하고 있다. 아내는 자신이 임신 5개월이라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사망한 아버지가 물려준 부채도 750만원이 있었지만 이들은 알지 못했다.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복지사각지대 일제조사에서 찾아낸 사람들이다. 모두 1만2,135건, 2만3,669명에 달했다. 이 중 상당수는 그 동안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된 가구가 이번 조사에 기대를 걸고 다시 신고한 경우(본인신고 8,365명)였다고 한다. 하지만,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비정형 거주자가 1,945건(전체 16%ㆍ해당 인원수는 취합 중)에 이른다. 창고ㆍ컨테이너, 비닐하우스, 폐가, 공원, 공용화장실 등을 전전하며 생활해온 사람들이다. 유형별로는 소외아동 748건, 가출청소년 15건, 노인 4,438건, 장애인 1,413건, 정신질환의심자 531건 등이었다.

복지부는 이번에 찾아낸 사례 중 33%(4,005건)에 대해 지원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긴급복지자금 지원(717건), 기초생활수급자 편입(1,186건), 민간후원 연결(1,613건) 등이었다. 42%는 지원절차가 진행 중이고, 25%는 지원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례를 많이 찾아냈다고 해서 자랑할 것이 못 된다”며 “(그 동안 이들을 방치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는 공중화장실에서 생활하는 아동들의 사례를 보도를 통해 접한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이뤄졌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을 꾸준히 찾아내고 관리할 지원체계와 인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일시적 성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양종수 복지부 민생안정과장은 “현재는 찾아낸 복지지원 가구를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현장 인력(복지 공무원)이 허덕이고 있다”며 “지속적인 인력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