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의 과도한 등록금 인상과 방만한 재정 운용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지방의 일부 사립대 총장과 교직원들이 학교 공금을 멋대로 빼돌려 쓰다 적발됐다. 특히 한 대학 총장 부부는 4년 가까이 학교 예산으로 집 파출부 월급을 주는 것도 모자라, 그 월급의 절반을 부인 몫으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광주남부경찰서에 따르면 광주의 한 사립대 A(50) 총장 부부는 2007년 3월 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아파트로 거처를 옮기면서 월급 100만원의 가사도우미 한 명을 고용했다. 학교 측은 총장이 관사 생활을 할 때만 학교 예산으로 가사도우미 지원을 하도록 해, 당시 A총장 부부는 가사도우미의 월급을 자신들의 돈으로 줘야 했다.
그러나 A총장 부부는 이 대학 도서관장 B(45)씨가 "관사가 아닌 사택에도 가사도우미 지원하는 데 아무 문제 없다. 그냥 (가사도우미를) 이용하라"는 말에 모른 체 했다. 대신 A총장 부부는 이 가사도우미를 학교 청소를 맡고 있는 용역업체의 직원으로 위장취업을 시켰다. 대학 측이 실제 채용해야 할 청소용역업체 직원 수보다 많은 인원을 뽑도록 허위 계약서를 작성한 뒤 남은 인원을 사택 가사도우미로 빼돌리는 허위 용역계약서를 작성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B씨는 학생지원처장 등 학교 예산 결재라인에 있는 직원들에게 총장 가사도우미 월급을 지원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지만 이를 반대하는 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덕분에 A총장 부부가 지난해 12월까지 3년9개월 동안 가사도우미 급여 명목으로 빼돌린 학교 돈은 5,430만원에 달했다. 이 중 2,930만원은 가사도우미에게 지급됐지만 나머지 2,500만원은 A총장 부인의 차명계좌로 들어갔다. A총장 부인은 경찰에서 "(2,500만원은) 가사도우미 월급으로 지급됐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A총장 부부가 2년여 간 고용했다는 가사도우미는 해당 기간 A총장 집에서 가사일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A총장 부부가 학교 돈을 빼먹는 사이 이 대학 교직원들도 학교 예산 빼먹기는 물론 각종 공사를 대가로 뒷돈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B씨는 2007~2008년 학교 청소용역 수의 계약 대가로 업체로부터 3,790만원을 받았고, 경리계장 C(38)씨도 2006년부터 최근까지 같은 청소용역업체로부터 3,67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B씨는 2007년 4월부터 최근까지 또 외부에 임대한 주차장 댓수를 부풀려 사용료 명목으로 학교 돈 2,400만원을 빼먹었다.
역시 광주의 D대학에서는 여교수와 여조교가 학생들에게 돌아갈 장학금을 빼돌리기도 했다. 이 대학 E(48) 교수와 조교 F(24)씨는 지난해 초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교육역량강화사업 우수성적에 따라 배당된 장학금 1,300만원 중 500만원만 제자들에게 주고 유흥비 등으로 탕진했다. 이 때문에 제자 20명은 1인당 65만원씩 돌아가야 할 장학금이 40만원으로 줄었다.
광주남부경찰서는 이날 A총장 부부 등 11명을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다른 대학에서도 예산 및 장학금 유용 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키로 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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