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거문오름동굴계는 한라산, 성산일출봉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구좌읍 송달리 거문오름을 중심으로 벵뒤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장처물동굴 등 5개 용암동굴이 바닷가까지 이어져 있다.
이 가운데 용천동굴에서만 고고 유물이 나왔다. 통일신라시대 도장무늬 토기(도장을 찍어 무늬를 박은 토기) 20여점, 철제 망치 1점을 포함한 철기 3점, 생후 1년 된 멧돼지 뼈 등 유물 70여 점을 수습했다. 이것들을 한자리에 모은 ‘용천동굴의 신비’ 특별전이 국립제주박물관에서 8월 21일까지 열린다.
용천동굴은 2005년 도로 공사를 하다가 발견됐다. 3.4㎞의 긴 동굴 안에 길이 800m의 큰 호수가 있다. 종유석, 석순, 동굴산호 등이 발달한 용암동굴이면서 석회암이 녹아들어 생긴 허연 줄무늬가 화려한 비경을 연출하는 아름다운 동굴이다. 안에 호수가 있고 석회암동굴의 특징을 갖춘 용암동굴은 세계에 드물다.
이 동굴에는 수수께끼가 많다. 왜 통일신라시대 토기만 나왔을까. 토기를 갖고 들어가서 무엇을 한 것일까. 멧돼지는 왜 거기 들어갔을까. 동굴 내부 벽에 새겨진 ‘火川’이라는 글씨의 정체는 무엇일까.
도장무늬 토기는 7세기 후반~9세기 통일신라의 대표적인 토기다. 제주의 푸석푸석한 화산흙으로는 만들 수 없는, 곱고 차진 흙으로 구운 토기다. 같은 시기 제주에서 사용한 ‘고내리식 토기’(화산흙으로 빚은 무늬 없는 적갈색 토기)는 한 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제주에는 없는 홍합과 꼬막 껍데기도 나온 것으로 보아 외부에서 들여온 것이 확실하다. 동굴 벽에는 횃불을 켜는 목재가 석회물을 뒤집어쓴 채 꽂혀 있었다.
장제근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당시 전남 완도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해상활동을 했던 육지부 사람들이 우연히 동굴 내부로 들어와 제례의식을 치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조선시대 제주목사 이형상이 제작한 ‘탐라순력도’에는 김녕굴에 대한 기록만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용천동굴의 존재를 몰랐던 것 같다”며 “동굴이 막혀서 잊혀진 채 통일신라시대의 타임캡슐로 남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용천동굴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독특한 동굴의 하나로 꼽히지만, 들어가 볼 수 없다. 훼손을 막기 위해 개방하지 않고 있다. 대신 내부를 촬영한 영상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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