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진술에만 의존해 억울하게 중징계를 받은데다 인권까지 침해 당했다며 현직 경찰관이 진상 조사를 요구, 파장이 일고 있다. 올해 초 전의경부대의 구타 및 가혹행위가 이슈가 되자 책임질 사람을 만들기 위해 무리한 감찰을 벌였다는 주장이다.
충북 A경찰서 소속 박모 경장은 올해 초 전의경에게 강압적 지시와 제재 위협, 폭언 등을 했다는 이유로 감봉 1월과 다른 경찰서 전출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박 경장은 대원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일과시간에 잠을 자는 행위를 못하게 했고, 근무지 이탈을 예방하기 위해 근무 전 용변을 미리 보라고 지시하는 등 규정에 맞게 부대를 관리했다고 해명했지만 충북경찰청 감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경장은 "감찰관은 객관적인 자료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징계 처분을 내려야 하는데도 대원들의 진정내용만 참고해 짜맞추기 조사를 하는 등 나를 표적으로 삼아 감찰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징계처분 취소심사를 청구, 지난달 '불문경고'(법률상 징계가 아닌 인사기록에만 한시적으로 남는 경고조치)로 징계 수위가 대폭 낮아졌다. 기존의 징계가 과도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 경장은 징계결정 이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징벌 차원에서 교통도보대로 전출돼 2월 중순부터 32일간 하루에 8~10시간씩 붙박이근무를 하면서도 급식비와 토요일 격주근무 및 휴일근무에 따른 수당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 그는 "해당 경찰서 안전계장에게 고충을 토로했으나 '반성하는 차원에서 그냥 하라'고 지시한 것도 모자라 교차로 폐쇄회로(CC)TV로 근무상태를 감독하는 등 인권침해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박 경장이 경찰가족사랑방 게시판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리자 감찰 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이 빗발치고 있다. 경찰관 A씨는 "인권침해를 받는 조직원이 어떻게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겠느냐"고 비판했고, B씨는 "막연한 의구심만으로 과중하게 징계해 버린다면 그 직원은 몸은 경찰이지만 영원히 경찰 조직을 원망하는 경찰의 적이 될 것이 자명하다"고 감찰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징계가 부적절했는지, 감찰 과정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등을 재조사하라고 18일 충북경찰청에 지시했다"며 "짜맞추기식 감찰과 인권침해가 있었다면 관련자들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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