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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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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리듬

입력
2011.06.1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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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아이는 차만 타면 분위기를 잡는다. "아빠, 1번 노래!" 하면 운전하던 남편이 CD를 틀고, '신청곡'이 나오면 아이는 유아용 카시트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본다. 그 모습이 하도 귀여워 내가 옆에서 간지럼이라도 태우면 분위기 깨지 말라는 듯 아이는 손사래를 친다. 그리곤 오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살짝 흥얼거린다.

아이의 신청곡은 주로 가수들이 경연을 펼치는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가요들이다. 아이의 흥얼거림은 이런 식이다. "뜻 뜻뜨 뜻 뜻뜨뜨…." "땃따 따아 따…." 노래에서 나오는 리듬을 입으로 따라 하는 것이다. 가만 귀 기울여 들으면 나름대로 꽤 정확하다. CD를 꺼도 이제 멜로디를 제외한 가사나 리듬은 거의 비슷하게 흉내 낼 정도다. 기분 좋을 땐 그 리듬에 맞춰 팔과 어깨까지 같이 들썩거린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아이 스스로 몸으로 리듬을 타고 입으로 흉내 내고 있는 것이다.

'리듬(rhythm)'이란 말은 라틴어 '리드모스(rhythmos)'에서 왔다. 이 단어의 유래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독일어의 '라인(rhein)'이나 영어의 '리버(river)'가 나온단다. 이들 단어에는 '흐른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학자들은 그래서 리듬이란 단어에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고 본다.

우리 몸은 본능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잠들고, 비슷한 시간에 깬다. 항상 같은 시간 간격으로 심장이 뛰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체온도 호르몬 분비량도 조금씩 달라진다. 몸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생리작용이 주기를 갖고 '리드미컬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어떤 과학자들은 인체에 존재하는 생리작용의 리듬이 적어도 100개 가량 될 것으로 추측한다. 몸 속 생리작용의 리듬을 조절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뇌다. 이 같은 생체리듬에 문제가 생기면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이미 잘 알려졌다.

심지어 같은 병에 걸린 환자들은 상태가 시간에 따라 유사하게 변화하기도 한다. 특정 시간대에 더 많이 또는 더 적게 발병하고, 증상이 약해지거나 심해진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를 근거로 시간약물학이란 분야가 생기기도 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약을 먹이거나 수술을 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태생의 미국 문화인류학자 프란츠 보아스는 "인간은 질서와 리듬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가 있다"고 했다. 리듬을 소리로 표현하면 음악이, 동작으로 표현하면 춤이 된다. 학자들은 사람들이 음악에, 춤에 빠져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우리는 알게 모르게 평생 리듬에 몸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듣고 있는 노래의 제목도 장르도 가사의 뜻도 모르는 아이가 리듬을 타는 걸 보면서 보아스의 주장에 공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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