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 경찰의 끈기에 재중동포 "감동했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 경찰의 끈기에 재중동포 "감동했죠"

입력
2011.06.19 17:35
0 0

"한국에 와서 7년간 가정부 간병인 등 닥치는 대로 일해 어렵게 모은 전 재산을 택시에 두고 내렸어요. 찾는 시늉만 하다 말 수도 있었을 텐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모습에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18일 오후 2시, 재중동포 류재순(63)씨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3파출소에서 자신의 가방을 보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일주일 만에 되찾은 여행용가방 속에 담긴 1,000만원 상당의 현금과 귀금속, 통장이 온전한 걸 확인하자 파출소 직원들은 "이제 다 해결됐다"고 류씨의 등을 두드렸다. 류씨는 침이 마르도록 "고맙다"고 했다.

류씨는 12일 오전 7시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상에 누워 있는 남편을 보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가려던 참이었다. 병원비에 보태려고 그간 번 재산을 여행용가방 두 개에 나눠 담았다. 사위와 딸, 손자와 함께 대림2동 집 앞에서 택시를 탄 뒤 지하철2호선 대림역 앞에 내렸는데 칭얼대는 손자를 돌보느라 모두 정신을 놓은 사이 택시가 트렁크에 짐을 실은 채 출발해 버렸다.

류씨는 대림3파출소 1팀에 사건을 접수했다. 팀원들은 주변 폐쇄회로 TV 총 30여대를 발견, 상가 관리사무소 등의 허락을 받아 영상을 일일이 확인했다. 그러나 대부분 작동하지 않거나 번호판 식별이 불가능했다. "화면 속 택시 번호판을 보려고 돋보기로 확대해 보기도 하고 민간 영상판독업자에게 의뢰를 맡기기도 했습니다만 허사였죠."

대림3파출소 직원들은 매일 두세 번씩 찾아와 실망감에 눈물을 훔치는 류씨를 보니 포기할 수가 없었다. 휴일에도 출근해 행여 지나쳤을지 모를 CCTV를 찾아 다녔고, 밤늦게까지 차량 대조작업을 벌였다. 심신이 지친 류씨는 마음을 접은 채 21일로 미뤄둔 출국만 기다리고 있었다.

실마리는 뜻하지 않게 풀렸다. 17일 주종수(40) 경사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영상에 나타난 차량번호 네 자리 중 세 자리를 어림잡은 뒤 후보차량 400여대를 추렸고, 다시 서울 서부지역에 차고지가 있는 택시로 좁혀 강서구의 한 택시회사 차량을 특정했다. 다음 날 확인 결과, 류씨의 분실물은 그곳에 온전히 보관돼 있었다.

주 경사는 "운 좋게 찾았다. 고생한 보람이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그제서야 류씨는 "한국에 온 뒤 가장 행복한 날이다. 경찰관들에게 식사라도 한 끼 꼭 대접하고 떠나겠다"고 웃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