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아니었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23명 태극전사들이 2002년 6월 22일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랭킹 8위인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120분 연장사투 끝에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이겨 아시아 첫 4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다.
대표팀은 트레이드 마크인 빠른 측면돌파가 촘촘히 망을 친 스페인의 수비에 막히면서 좀처럼 득점기회를 잡지 못했다. 오히려 제공권을 빼앗겨 여러 차례 실점위기를 내줬다. 그러나 그때마다 수문장 이운재의 선방이 빛났다. 모리엔테스, 데페드로, 이에로, 호아킨 등 '무적함대'의 날카로운 슈팅을 정확한 위치선정과 순발력으로 막아냈다.
전후반 90분, 연장 30분. 120분간의 혈투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한국과 스페인은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양팀 모두 세 번째 키커까지 골을 성공시켜 3-3으로 팽팽한 접전을 벌이다 스페인의 네 번째 키커 호아킨의 슛을 골키퍼 이운재가 막아내면서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황선홍, 박지성, 설기현, 안정환이 모두 골을 넣었고 마지막으로 주장 홍명보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켜 승부를 결정지었다. 한국의 `파워사커`가 다시 한번 전 세계를 뒤흔드는 순간이었다.
그 날 국민들은 선수 2명의 미소에 감동했다. 골키퍼 이운재가 호아킨의 슛을 막아낸 뒤 중계 카메라를 바라보면서 입가를 올린 미소, 또 하나는 승부를 결정짓는 5번째 킥을 성공시킨 뒤 두 팔을 번쩍 들며 뛰어나오던 홍명보 선수의 미소였다. 홍명보 선수의 어머니도 "아들이 그렇게 환하게 웃는 걸 처음 봤다"고 할 정도로 보기 힘든 웃음이었다.
홍명보는 올림픽대표팀 감독으로 2012년 런던 올림픽 본선 출전을 준비중이다. 19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 지역 2차예선 요르단과의 첫 경기를 3대1 승리로 이끌었다. 이날도 홍감독의 얼굴에 웃음기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을 올림픽 본선에 진출 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축구팬들은 본선에서의 선전으로 10년 만에 대한민국 축구 4강신화를 재현하고, 홍명보 감독의 얼굴에서 그 날의 밝은 표정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원유헌기자 youhon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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