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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전증 남편에게 신장 기증한 결혼이주여성 강향순씨/ "국경 넘어 맺은 인연, 신장도 안 아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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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전증 남편에게 신장 기증한 결혼이주여성 강향순씨/ "국경 넘어 맺은 인연, 신장도 안 아깝죠"

입력
2011.06.1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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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 맺은 인연인데, 몸 일부를 떼어서라도 지켜내야죠."

만성신부전증으로 투병중인 남편에게 신장을 떼어주기로 한 결혼이주 여성 강향순(32ㆍ충북 제천시 하소동)씨는 "아내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그녀는 신장이식을 위해 27일 서울 순천향대병원에서 남편과 나란히 수술대에 오른다.

중국 지린(吉林)성 퉁화(通化)가 고향인 강씨는 2003년 친구 소개로 남편(43)을 만나 첫눈에 반해 중국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듬해 2월 충북 제천에 보금자리를 튼 부부는 딸 넷을 낳으며 오순도순 살았다. 대형 화물차를 운전하는 남편은 틈만 나면 집안 일을 돕고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자상한 사람이었다. 남편의 도움 덕에 강씨는 네 아이를 키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워갈 수 있었다. 2년째 야간대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고, 낮에는 제천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도 하고 있다. 지난해엔 다문화센터에서 만난 결혼이주 여성들과 엄마 나라의 동화를 담은 책을 펴내기도 했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자신의 꿈을 키워가던 강씨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올해 초. 7년 전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병원에 다니던 남편이 만성신부전증 진단을 받은 것이다. 남편의 몸 상태는 급작스럽게 나빠졌다. 1주일에 3차례 투석을 받아야 했고, 급기야 신장 이식수술을 받지 않으면 위험한 지경이 돼버렸다.

남몰래 눈물로 시간을 보내던 강씨는 두 달 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남편 몰래 의료진을 찾아 신장이식이 가능한 지 검사의뢰를 했다. 조직 적합으로 수술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희소식이 날아왔다.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남편은 신장이식을 극구 반대했다. "잘못되면 저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어찌나 고집을 부리는지 속상했어요. 중국에 사는 친정 엄마까지 부른 끝에 겨우 남편을 설득했어요"

강씨는 19일 남편, 네 아이와 함께 강원 삼척시 해변으로 가족 나들이를 갔다. 이식 수술을 하면 한동안 아이들을 볼 수 없어 입원 전 따로 시간을 낸 것이다. 강씨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남편이 건강을 되찾아 지금처럼 여섯 식구가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제천=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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