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창으로 보는 구름은 시베리아나 알래스카의 눈 덮인 평원 같다. 가본 적은 없어도, TV로 수없이 봐 온 모습이다. 끝없이 펼쳐진 그 눈밭에 발을 딛고 서도 얼어붙은 땅이 단단히 받쳐줄 듯하다. 아득히 먼 곳에 지평선처럼 더 높은 하늘과 경계를 만든 구름은 운해(雲海)라는 말과 멋들어지게 어울린다. 산을 오르며 접하는 구름은 그저 안개다. 작은 물방울들이 눈 앞에서 흔들리며 흩어졌다가는 앞으로 몰려가 기다리기라도 하듯 앞길을 뿌옇게 흐린다. 사람 손으로 잡을 수 없기는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매한가지다.
■ 구름의 일반적 이미지는 잡아챌 만한 실체가 없어, 가까이 가면 갈수록 멀 때와는 느낌이 달라지는 것과 이어져 있다. 덧없는 한 판의 꿈자리처럼 현실과 단단히 묶이지 않은 것들이 흔히 구름에 비유된다. 유사 이래 구름 잡는 이야기는 끊인 적이 없다. 이와 달리 실생활에서 구름은 때로는 반갑고 때로는 두려운 비의 본체다. 가뭄으로 바싹 마른 대지를 적셔 숱한 생명을 키우지만, 더러 폭우로 내리퍼부어 인간 삶의 터전을 순식간에 쓸어가 버린다. 큰 비를 몰고 오는 먹장구름을 두고 감히 실체가 없다고 말할 사람은 없다.
■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밝힌 '아이클라우드(iCloud)'구상에 귀가 번쩍 뜨였다. 클라우드 컴퓨팅 자체가 생소한 것은 아니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개인용 컴퓨터(PC)로만 작업하고, 저장하고, 꺼내는 사람은 사실상 없어졌다. 당장 이메일만 해도 PC가 아닌 메일 서버에 저장되고, 덩치가 커서 작은 자기 창고(하드)에 넣어두기 어려운 영화나 음악 등을 서비스업체의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고 꺼내 쓰는 게 일상화했다. 다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단말기만으로 전면적 클라우드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 아이들 PC 업그레이드에 적잖은 돈을 들인 사람은 안다. 충분히 쓰지도 않는 첨단 사양의 뇌(CPU)와 작업장(메모리), 창고(하드)를 갖춰주느라 애쓰던 구름 잡는 짓에서 벗어나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그러나 주디 콜린스의 'Both sides now'의 가사처럼 구름 뒤편에는 다른 실상도 있다. 접속의 편이나 속도, 초대용량 등 기술적 문제야 쉬이 해결할 수 있다. 오히려 마음 놓고 모든 정보를 클라우드 서버에 올려도 될지, 세상 모든 정보를 쥐고도 애플이 현재의 선의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하늘의 구름이 땅에서는 안개이듯.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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