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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다운 간결함에 담백한 서정을…김종길·유안진·오세영 시집 잇따라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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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다운 간결함에 담백한 서정을…김종길·유안진·오세영 시집 잇따라 선봬

입력
2011.06.1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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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불가능한 젊은 시인들의 시 경향에 대한 반발로 짧고 간결한 시를 지향하는 극서정시 시집이 이어지고 있다.

서정시학은 올해 3월 극서정시 시리즈로 조정권 이하석 최동호 시인의 시집을 낸데 이어 김종길(85)씨의 <그것들> , 유안진(70)씨의 <둥근 세모꼴> , 오세영(69)씨의 <밤 하늘의 바둑판> 을 새로 선보였다.

1965년 현대문학의 추천으로 나란히 등단했으며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인 오세영, 유안진씨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른바 '미래파'로 불리는 난해한 실험적 시의 유행에 대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오씨는 "일단 시선을 끌고 보자는 식의 난해하고 정신분열적인 시의 유행은 우리 시의 자해 현상이 아닌가 한다"며 "충격, 해체, 자해, 폭력, 패륜과 같은 자극적인 방식은 자본주의 논리에 편승해 주목 받으려는 시선 끌기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유씨는 "시가 언어예술의 한 장르인 시대에 언어를 비트는 노력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시다운 언어의 그릇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시는 예술적 몸부림이 있어야 하는데 새로운 것을 쓰지 못하고 너무 안이하게 시집을 내온 기성 시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의 신작 시집은 장황한 산문시를 겨냥하듯 짧게는 두세 문장의 시로 간결하면서 담백한 서정의 세계를 선보인다. '현재(現在)는/ 가지 않고 항상 여기 있는데/ 나만 변해서/ 과거(過去)가 되어가네.'(유안진의 '시간') '에덴 동산이 한국 땅에 있었더라면// 안타깝다// 아담이 한국 남자였더라면/ 절대로 아내 말을 듣지 않았을 텐데.'(유안진의 '한국 남편') 등 촌철살인의 위트도 곳곳에서 작렬한다. '서울살이'는 단 한 줄, '서울 천리를 와서 가랑잎 하나 줍다'다. 이 시는 유씨의 은사인 박목월 시인의 일행 시집에 들어 있는 시인데 당시 유씨의 이름을 넣었다가 출판사가 어색하다며 지웠다고 한다. 박 시인은 "나중에 유군이 외줄시집을 낼 때 빼 가거라"고 했다고 유 시인은 소개했다.

오씨의 신작 시집엔 세월의 풍파를 겪은 이의 초연함이 두드러진다. '온종일 지구를 끌다가/ 저물녘/ 지평선에 누워 비로소/ 안식에 든 산맥.// 하루의 노역을 마치고/ 평화롭게/ 집 바닥에 쓰러져 홀로 되새김질하는/ 소 잔등의/ 처연하게 부드러운 능선이여.'('일몰'). 문학평론가 홍용희씨는 "그의 시와 시론이 쌓아온 적공이 세상의 이치를 활연관통(豁然貫通)할 수 있는 지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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