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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빅3 '플로팅 선박' 원유·가스 탐사부터 정제까지 한번에…16m 파도·초속 41m 강풍도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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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빅3 '플로팅 선박' 원유·가스 탐사부터 정제까지 한번에…16m 파도·초속 41m 강풍도 문제없다

입력
2011.06.1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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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이달 시험 운행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드릴십 꼭대기에 올랐다. 무려 아파트 15층 높이다.

드릴십은 깊은 바다, 파도가 심한 바다를 옮겨 다니며 원유ㆍ가스를 시추할 수 있는 배. 대당 가격이 6,000억 원이 넘는다. 유길한 상무는 "최대 16㎙ 높이의 파도가 일고 초속 41㎙의 강풍이 불어도 시추작업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며 "시추관도 무려 바다 밑 11㎞까지 파내려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드릴십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맞은 편에선 '스테나 드릴믹스'라는 이름의 드릴십 건조작업이 한창이었다. 유 상무는 "저 배는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도 시추작업이 가능하다"면서 "과거엔 북극해에서 시추작업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젠 이 배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양플랜트엔 지금 '플로팅(Floating)' 물결이 한창이다. 옛날식 고정된 시추선을 드릴십이 대체하듯, 다른 해양구조물들 역시 플로팅이 대세다. 아예 바다 위에 떠있는 배 위에서 ▦가스전과 유전을 탐사하는 시추부터 ▦바다 밑 가스와 기름을 끌어올리는 개발 ▦육지로 옮기는 운송 ▦그리고 정제와 액화, 기화까지 모든 작업이 한꺼번에 이뤄지는 것. 별도의 유조선도, 파이프라인도, 정제시설도 필요 없는 그야 말로 '해양 콤플렉스'인 셈. 그러다 보니 이 플로팅 구조물들은 가격도 수 천억 원에서 최대 조 단위에 이른다.

'플로팅'이 뜨게 된 이유는 점점 더 먼 바다, 깊은 바다로까지 나갈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 하문근 삼성중공업 상무는 "과거 유전, 가스전 탐사는 대륙붕처럼 수심이 낮고 육지 가까운 곳에서 이뤄졌지만 더 이상 그 곳에선 얻을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한 번 고정하면 수 십 년 동안 작업을 하고 폐기해야 했던 해양 플랜트 대신 드릴십처럼 새로운 기능과 형태의 선박, 해양 플랜트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 플로팅 구조물 시장은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계 '빅3'가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로열더치쉘이 호주 서북부 해상 가스전에 투입할 세계 첫 LNG(액화천연가스)-FPSO(바다 위에서 LNG를 생산ㆍ저장하고 운반선에 실을 수 있는 선박)를 약 3조2,000억 원에 따냈다. 대우조선해양은 1월 프랑스 토탈사의 의뢰로 건조한 약 2조6,000억 원짜리 세계에서 가장 큰 FPSO를 완성, 앙골라 해상유전으로 보냈다. 현대중공업 역시 지난 10일 노르웨이 회그LNG사로부터 세계 첫 LNG-FSRU(LNG선이 운반해 온 가스를 액체 상태로 보관했다 필요할 때 기체로 바꿔 땅 위로 공급하는 선박) 2척을 약 5,400억 원에 수주했다. 앞서 3월엔 영국령 북해 해상 유전에서 작업할 북해용 FPSO를 약 1조3,000억원에 수주하기도 했다.

최근엔 조선회사들의 매출에서도 드릴십과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몇 년 전까지 컨테이너 수송선, 유조선 등 기존 선박이 70% 이상을 차지했지만 올해 삼성중공업은 전체 수주의 약 70%, 대우조선해양은 49%, 현대중공업은 36%를 드릴십과 해양플랜트에서 얻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를 맹추격하는 중국 조선업계가 아직은 기술적으로 걸음마 단계에서, 조선사들은 단순선박 보다는 부가가치 높은 플로팅 구조물 쪽에 점점 더 집중하는 분위기다.

조홍철 대우조선해양 상무는 "북해, 아프리카, 호주 등 새로 개발되는 대규모 유전, 가스전이 많아지고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 이후 LNG를 발전 연료로 쓰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며 "국내 회사들끼리 저가 경쟁만 자제한다면 당분간 이 분야가 국내 조선업계를 먹여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거제=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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