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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에 서민 재테크 상품 씨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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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에 서민 재테크 상품 씨 마른다

입력
2011.06.1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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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증권 SNI(VVIP 전용 브랜드) 고객인 50대 사업가 김모씨는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한 호텔에서 법인 및 거액자산가 100명을 대상으로 열린 '글로벌 헤지펀드 포럼'에 참가했다. 금융자산만 150억원에 이르는 김씨는 프라이빗 뱅커(PB)가 권유해 가입했던 자문형 랩어카운트로 상당한 수익률을 올렸으나, 올 들어 증시가 박스권에서 움직이자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했다.

# 평소 소액으로 주식과 주식워런트증권(ELW)을 거래해 온 이모씨는 금융감독원이 8월부터 예치금 규제를 도입하려는데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금융당국은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이 투기성 강한 거래에서 손해를 보고 있어 선물 및 옵션시장처럼 진입장벽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씨는 정상적으로 거래하는 소액투자자들까지 피해를 보게 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생각이다.

부자 중의 부자인 이른바 '슈퍼리치'들이 자산을 굴릴 수 있는 재테크 방법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돈 없는 사람들이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은 줄고 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문형 랩 열풍에 이어 곧 헤지펀드가 도입되는 등 규제가 완화되자 증권사들이 거액자산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를 중시하는 거액자산가들도 부동산 시장 침체와 저금리가 장기화하자 투자 액수가 큰 증권사의 헤지펀드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헤지펀드 관련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개인 자격으로 헤지펀드에 직접 투자할 경우 최소 5억원이 필요하다. 헤지펀드는 운용규제가 없어 투자 위험도가 높은 상품이기 때문에 한꺼번에 5억원 이상 투자할 수 있는 거액자산가에게만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뜻이다.

삼성증권은 그간 서울 강남권 등에 VVIP 전용 점포를 개설해 거액자산가를 공략했으나, 최근 광화문에도 점포를 열어 강북 부자들의 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다. 또 헤지펀드 세미나, 문화 포럼 등을 통해 맞춤형 마케팅을 전개 중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주 리츠칼튼 호텔에서 VVIP를 대상으로 금융상품 및 미술품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한국투자증권도 올해 4월 예탁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V프리빌리지'를 열었다.

반면 소액투자자들은 높아지는 규제와 증권사의 무관심 속에서 갈수록 소외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평균 5,000만~1억원에 이르는 자문형 랩 상품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올해 초 소액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는 적립식 상품을 개발했으나, 당국은 "사실상 펀드와 비슷한 편법 상품"이라며 불허했다.

ELW도 정부가 도입 초기 "소액투자자도 주식을 살 때 헤지를 할 수 있다"며 홍보했으나, 사실상 '투기판'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선물ㆍ옵션처럼 1,500만원의 예치금을 의무화하는 규제를 신설했다. 파생상품 담당인 이호상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동성 공급자와 관련한 제도를 정비한다면 투자자 피해도 줄어들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무조건 규제하기보다는 소액을 포함한 다양한 투자 수요를 보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굴릴 돈이 많지 않은 서민들은 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가는 저금리 예금상품을 들거나 천편일률적인 적립식 펀드 중 하나를 골라 가입하는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연구원 김재칠 선임연구위원은 "펀드 수는 많은데 각각의 특징이 별로 없어 소액 투자자들의 선택 폭이 너무 좁다"며 "증권사들도 판매 후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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