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癌)은 가계를 파탄 낼 정도로 치료비가 많이 들어가는 질병인데도 보험 가입이 쉽지 않다. 암 사망자 증가로 돈이 안 된다고 판단한 보험사들이 잇달아 판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살아남은 암보험도 손해율 증가에 따라 보험료가 크게 오르면서 서민들이 쉽사리 가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급기야 금융당국이 암보험 활성화 정책을 들고 나왔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3년 150만건이던 암보험 연간 신규계약 건수가 2006년 100만건 이하로 감소했고, 2009년에는 50만건까지 떨어졌다. 암보험 판매가 6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은 암 사망률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5년 10만명당 134.5명이던 암 사망률은 2009년 140.5명으로 늘었다. 1999년의 암 사망률(114.2명)에 비해 10년 새 23%나 치솟은 것이다.
보험사들이 암보험 판매를 속속 중단하면서, 현재 국내 30개 손해보험사와 22개 생명보험사 중 암보험을 주계약으로 취급하는 회사는 13곳에 불과하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의학 발전에 따라 암 진단이 쉬워져 암 보험료 지급이 크게 늘었다"며 "어쩔 수 없이 보험료를 올려야 하는데, 비싼 보험을 팔면 회사 이미지가 나빠지기 때문에 차라리 판매를 중단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암보험에서 수지를 맞추기 힘든 보험사들은 별도 상품이 아니라 중대질병(CI) 보장 보험에서 암을 보장하는 식으로 판매전략을 바꿨다. 이 경우 회사 측은 암 환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사망 보험금 지급분에서 공제한다.
암보험 시장의 위축은 저소득층이나 노인 등 소외계층의 피해를 키울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에서 암 치료비를 상당 부분 보장하므로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은 암 치료비를 감내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정밀 건강진단을 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 병을 키운 다음 고액의 치료비를 부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를 봐도 암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노년층이 암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09년 65세 미만의 암보험 가입률은 62.2%인데 비해 65세 이상은 8.2%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업계와 협의해 65세 이상 고령자나 유병자(有病者) 같은 보험 소외계층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식으로 암보험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우수 암보험 상품을 연말에 포상하거나 3~6개월 동안 독점 판매를 허용하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업계는 금감원 방안의 효용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현재의 손해율로는 보험료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며 "저소득층에 보험료를 지원하는 등의 대책이 없으면 신상품 개발만으로 활성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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