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호쿠 대지진이 일본의 시민의식을 깨우고 있다. 좀처럼 보기 힘든 반정부, 반원전 시위가 주말마다 열리며 시민단체도 여느 때 보다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중 활동이 특히 두드러진 단체가 'NO 방사능, 고토구 어린이를 지키는 모임'이다.
대표 이시카와 아야코(石川綾子ㆍ33)씨는 한달 전만 해도 한 살, 세 살, 네 살 등 딸 셋을 둔 평범한 주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원전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고 정부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직접적 계기는 그가 사는 고토(江東)구 가메이도(龜戶) 지역의 토양이 도쿄에서 가장 심각하게 방사성에 오염됐다(㎏당 3,900베크렐)하다는 사실을 한 달 전 알았기 때문이다. 이시카와씨는 "후쿠시마에서 100㎞ 남짓 떨어진 이바라키현보다 10배 가까이 높은 수치였다"고 주장했다.
최소한 딸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만은 마련해야겠다는 심정으로 뜻을 같이 할 회원을 모집해 한달 만에 60여명을 모았다. 야마우치 사토루야(山內知也) 고베대 교수에 의뢰, 고토구내 11개 지역을 대상으로 방사능 오염 실태도 조사했다. 그 결과 가메이도 지역의 오염이 원전뿐 아니라 하수처리장인 슬러지플랜트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플랜트 외벽에서 법적 기준치(시간당 0.16 μ㏜)를 뛰어넘는 시간당 0.2μ㏜가 관측됐다. 언론은 슬러지를 태우는 과정에서 ㎏당 수만Bq의 방사선량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사한 하수처리장이 전국에 13곳 있는데 이는 후쿠시마 원전 이외에 13곳에서 새로운 방사성 물질이 방출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시카와 씨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결코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을 정부가 가져야 한다"며 "방사능 오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면 내 가족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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