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수활성화를 위해 공공부문의 출ㆍ퇴근 시간을 각각 1시간 앞당기는 8-5 근무제, 봄ㆍ가을 방학 신설, 징검다리 연휴 시 연가 사용 활성화 등을 검토키로 했다. 그러나 부처간 입장차가 심한데다 산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17~18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장·차관, 청와대 실장 등 87명이 참여한 가운데 국정토론회를 열고 내수활성화 방안을 검토했다. 수출 등 경기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중소ㆍ영세기업과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먼저 공공부문 근무시간을 현행 '9시 출근-6시 퇴근'에서 '8시 출근-5시 퇴근(8-5제)'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칠 경우 다음날인 월요일을 휴일로 지정하는 대체공휴일제도 다시 추진한다. 또 2개월 가까이 되는 겨울방학을 줄이는 대신 야외 활동이 용이한 봄ㆍ가을 방학을 신설해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임종룡 기획재정부1차관은 내수 부진에 대해 "물가불안, 일자리 감소 등 거시적 요인과 수출은 늘어도 내수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적 요인이 복합됐다"고 진단한 뒤 "단기적 부양 대신 구조적인 체감 경기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이달 말 발표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내수활성화 방안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그러나 현실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8-5 근무제'에 대해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도 늘고,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며 찬성한 반면, 서울시 공무원 장모(33)씨는 "야근이 일상화한 상황에서 출근 시간만 앞당겨질 것 같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봄ㆍ가을 방학 신설은 교육과학기술부의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지만, 교과부는 "현행 2개 학기 체제를 바꿔 작은 단위로 쪼개는 것은 초ㆍ중등 교육 과정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체공휴일제는 2008년 12월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이 관련 법안을 제출했으나 2년 6개월이 지난 아직도 계류 중이다. 관광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제도 도입을 추진했던 문화체육관광부는 35조원의 편익과 10만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입장이다.
징검다리 휴일 연가 사용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29)씨는 "직장 상사가 먼저 얘기하지 않는 이상 연가를 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아이디어 차원이라 시행시기나 범위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관련 부처와 협의해 즉시 시행 가능한 것, 연말까지 추진, 내년부터 추진 등으로 분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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