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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취한 육상… 고교 선수들도 투약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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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취한 육상… 고교 선수들도 투약 의혹

입력
2011.06.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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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선수들의 약물투약 의혹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뿐만 아니라 고교 육상선수들에게까지 금지약물을 투약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대한육상경기연맹이 경찰 수사와 별도로 진상조사에 나섰다.

육상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17일 "고교선수들에게도 일명'마라톤 뽕'이라고 불리는 조혈제(造血劑)를 투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육상 지도자와 학생들 사이에서도 "'누가 누가 뽕 먹고 뛰었다'라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고 있다"며 "연습 때는 기록이 신통치 않던 선수가 본 경기에서 펄펄 날아다니면 100% 약물에 의존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사건은 특정 지도자가 선수들의 혈액 속 헤모글로빈을 높이기 위해 힘든 고지적응훈련을 회피하고 손쉬운 약물(조혈제)에 의지했다는 것이 본질"이라며 "이를 그 동안 스포츠 의학으로 포장해 모두를 속인 것"이라고 개탄했다. 혈액 속에 적혈구나 헤모글로빈을 증가시켜 악성 빈혈이나 만성신부전증 치료제로 쓰이는 조혈제는 더 많은 양의 산소를 세포로 공급할 수 있어 지구력이 관건인 장거리 선수들의 기록을 향상시킬 수 있다.

모 체육고 교사는 "조혈제는 경기력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유혹이 크고 도핑에 걸리지 않는 것도 있다"며 "공정성이 생명인 스포츠를 모독하는 것인 만큼 이번 기회에 모든 의혹을 털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육상경기연맹(회장 오동진)은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 이날 오전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약물복용 의혹 진상조사 위원회'를 가동키로 했다. 오 회장은 "의혹을 덮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경찰 수사와는 별도로 연맹차원에서 적극적인 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상택 연맹 이사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을 앞두고 흥행에 치명타를 맞았지만 육상 정화차원에서 한 점 의혹 없이 진위여부를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가대표 마라톤 선수의 금지약물 투약의혹을 수사중인 강원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다음 주중 국가대표 지영준(30ㆍ코오롱)을 포함한 현역선수 31명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벌여 입건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경찰은 이날 강원 원주시에 수사관을 파견, 국가대표 마라톤 코치인 정만화(51)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S여고 출신 선수 4명 중 2명이 빈혈수치가 정상임에도 철분제를 투약한 사실을 확인, 금지약물로 규정한 적혈구 생성자극제 EPO(에리스로포이에틴)과 dEPO(다베포이에틴) 등이 포함된 조혈제를 투약했는지 여부를 조사중이다. 이들은 생리로 인해 피를 보충하기 위해 복용한 철분보충제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아울러 국가대표 마라톤 선수들에게 조혈제를 불법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는 충북 제천의 재활병원 진료기록부를 확보했지만 구체적인 처방기록이 빠져 있어 조혈제 투약 여부를 확인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병원장은 경찰조사에서 "장모의 암 치료용으로 조혈제를 사용한 적은 있으나 선수들에게 투약한 적은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조혈제 투약 의혹의 중심에 있는 정만화 코치와 지영준도 이날 대한육상경기연맹을 통해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또 공인으로서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며 거듭 결백을 주장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춘천=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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