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쇄신을 기치로 내걸고 개최하는 7ㆍ4 전당대회가 '돈 전(錢)'자 '전대(錢大)'로 흘러갈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선거인단 수가 기존 1만명 가량에서 21만3,000여명으로 대폭 늘어나 선거비용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당 대표를 노리는 유력 후보의 경우 20억원 이상의 선거비용을 쓰게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에 따라 돈 선거 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17일 "선거인단 수 증가 때문에 가장 걱정 되는 게 돈 문제"라며 "'쇄신과 화합의 장이 돼야 할 전당대회가 돈 선거로 얼룩질 경우 당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자칫 대표 경선이 끝난 뒤 일부 후보가 조사를 받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전대가 끝나고 누가 얼마를 썼느니 누가 조사받느니 이런 소리가 안 나오게 제발 돈 쓰는 선거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선거운동부터 개표까지 전 과정을 중앙선관위에 위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걱정은 단순한 기우는 아니다. 이번 전대에서 후보와 당이 부담해야 할 돈은 상상 이상이다. 우선 후보들이 당에 낼 기탁금부터 대폭 늘었다. 대의원 9,000명 수준이었던 지난해 7ㆍ14 전당대회 때의 기탁금은 8,000만원이었지만 이번에는 1억2,000만원으로 늘었다.
특히 후보가 써야 할 비용은 기탁금 이외에도 엄청나다. 당장 4페이지짜리 홍보물을 대의원에게 1부씩 우편으로 배달해야 하는데 1만부일 때와 21만부일 때의 비용 차이가 크다. 한 후보측 관계자는 "홍보물 제작에만 최소 6,000만원 이상 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의원들에 대한 전화 홍보와 문자 메시지 홍보 비용도 크다. 한 건당 30원인 문자메시지를 21만명에게 한 번씩만 보내도 630만원이기 때문에 여러 차례 메시지를 보내려면 수천만원이 소요된다.
공식 비용 외에 사무실 임대료 및 운영비, 식사비, 교통비 등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전국 각 지역에서 조직 관리를 맡은 사람들에게 식사비와 음료비 등을 지급할 경우 그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예를 들어 200여개 지역의 당협 조직에 500만원씩만 내려 보내도 10억원이 소요된다. 당 관계자는 "지난해 전당대회 때 유력 후보의 경우 20억 가량은 족히 썼다는 말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그보다 훨씬 더 들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당 선관위는 선거비용 상한액을 2억5,000만원(기탁금 제외)으로 제한했지만 이를 지킬 수 있는 유력 후보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때문에 당은 돈을 덜 들게 하는 대책을 마련했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희수 사무총장 대행은 "선거비용 절감을 위해 유선전화 및 휴대폰을 이용한 선거운동 횟수를 문자메시지를 포함해 수신자 기준 총 5회로 제한했다"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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