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7일 1박2일 일정으로 개최한 장∙차관 국정토론회를 '공정사회, 부정부패 척결, 민생'이라는 집권 후반기 국정기조를 공직사회에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위한 기회로 삼은 듯 했다. "오늘 만나는 건 여느 때와도 다른 비장한 생각을 가지고 모였다고 할 수 있다"고 입을 연 이 대통령은 평소와 달리 29분 동안이나 길게 모두 발언을 했다. 대부분의 시간은 공직사회에 만연된 관습적 부정부패를 근절하자는 주문에 할애됐다.
이 대통령은 최근 불거진 국토해양부 직원들의 향응 비리 등을 언급하며 "이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게 관습적으로 돼 왔다"며 "나도 민간에 있었기 때문에 잘 안다. 을의 입장에서 뒷바라지해준 일이 있다. 별로 그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시대를 우리가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해양부만 그런 게 아니라 모두 그랬다. 법무부 검사들도 그랬지 않느냐, 저녁에 술 한 잔 얻어먹고 이해관계 없이 먹은 거니 아무 것도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가) 후진국가일 때는 그랬다. 이제는 선진국 문턱에 있고 심지어 다른 나라들은 (우리를) 선진국으로 취급한다"며 "그런 나라에서 공직자들이 과거 3김 시대 에서 일하는 걸 쭉 이어 오고 있다"고 말해 공직자의 자세 전환과 대오각성을 주문했다.
시대가 변하고 있는 것을 최근 유행하고 있는 TV프로그램을 예로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요즘 TV를 보니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이) 무자비하더라"며 "딱 500명 방청석이 투표해 무조건 떨어져 나간다. 두 번해서 군말도 없이 떨어져 나가면서 좋은 시간을 가졌다, 고맙습니다, 이러면서 나가더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제까지 언제 그랬느냐. 떨어지면 심판이 잘못했고, 평가도 잘못됐고, 500명을 뒤에서 매수했을 것이라고, 자기 실력이 안 좋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제는 다 인정하고 새로운 장르를 보여주려고 그걸 1주일 연습해서 나오더라. 정말, 그 정신이 우리한테도 필요하다. 군말 없다. 누구를 핑계 대느냐"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중산층 정책에 대해 "우리가 보면 서민정책과 대기업 정책은 있는데 중산층 정책은 없다"며 "중산층을 두텁게 하자는 것은 위에서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 올려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해서는 "(나는) 그 제도가 고칠 점도 있지만 괜찮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렇게 해야 장관 되고 싶은 사람은 사무관 시절부터 자기 관리를 잘 할 것"이라며 "주소 함부로 옮기면 안 되겠다, 외국여행을 갈 때 친구지만 함께 가면 안 되겠다, 고위공직자 할 때 부인이 비싼 가방, 명품을 사면 안 되겠다고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서민 경제와 관련, "헤리티지재단 이사장 말이 이 다음 미국 대통령의 기준은 첫째도 일자리, 둘째도 일자리, 셋째도 일자리, 그걸 할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하더라"며 "일자리 갖고 미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시대가 없었다. 새로운 시대를 지금 맞이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발언 말미에 집권 말의 국정운영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더 벌이지 말고 마무리하고 말자고 한다"며 "(하지만) 정신만은, 새로운 것 한다는 마음으로 해야지, 보따리 싸는 사람처럼 하면 일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따리는 전날 싸면 되지 1,2년 전에 싸면 뭐가 되겠느냐"고 강조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