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등록금 해법, 대학구조조정이 먼저다] (4.끝) 반값 등록금은 지방 국립대부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등록금 해법, 대학구조조정이 먼저다] (4.끝) 반값 등록금은 지방 국립대부터

입력
2011.06.17 17:34
0 0

■ "지방 거점 국공립대 집중 지원… 서울 갈 학생 끌어들여야"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시위로 촉발된 우리 사회의 대학 개혁 논의는 결국 대학교육의 공공성 강화로 수렴된다. 사립대학의 비중(학교 수 기준)이 86%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대학 구성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다. 압도적인 사립대 비중과 뿌리깊은 대학 서열화 풍조는 결국 10개교 남짓의 서울지역 사립대들이 전체 대학의 등록금 수준을 사실상 결정하는 독과점 구조를 불러왔고, 국ㆍ공립대마저 등록금 인상 대열에 합류하게 했다. 심지어 지난 10년간 국립대 등록금 인상률은 83%로 사립대 인상율 57%보다 크게 앞섰다.

한 대학입시 전문가는 "1970년대 말 부산대 상대 합격자의 평균 성적은 고려대 정경대나 연세대 영어영문과와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사회 전분야에서 수도권 집중화가 심화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적 격차가 커지면서 지방의 명문 국ㆍ공립대가 큰 피해를 입게 됐다. 이런 결과에는 교육당국의 어설픈 대학 구조조정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 2000년대부터 추진한 대학 구조조정이 정부의 통제하에 있는 지방 국ㆍ공립대에 집중되면서 가뜩이나 숫자가 적은 국ㆍ공립대와 지방대의 지위가 급전직하한 것이다. 한 지방 국립대 교수는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 서열은 수도권에서 얼마나 가까운가에 따라 결정되며, 수도권 전철 통학권에 대학이 위치하느냐가 입학 경쟁률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됐다"고 말했다.

다수의 대학교육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정부가 낮은 등록금을 내고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국ㆍ공립대를 육성해 학생들의 선택폭을 넓히는 것이 대학의 수도권 집중과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 대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계 상황에 처한 대학을 과감히 정리하는 동시에 비수도권 시도별로 거점 국ㆍ공립대를 선별적으로 집중 지원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처지가 어려운 지방 인재들이 연간 1,000만원이 넘는 생활비를 지불하며 수도권 대학 진학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지고, 중장기적으로 지역 균형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김광수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은 "국공립 대학 등록금을 무상으로 하면 가계와 대학생의 부담 감면, 지역역균형발전, 학벌 서열구조 완화,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연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점에서 진보정당과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국공립대 무상 등록금'주장을 포퓰리즘으로 치부하기 보다는 현실화 방안에 대해 진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장 무상이 어려우면 반값 등록금을 지방 국ㆍ공립대부터 실현하자는 것이다. 현재 국ㆍ공립대학의 연간 총 등록금은 1조7,000억원 수준이다. 반값 등록금을 위해서는 국가가 8,000억원 가량을 지원하면 되는데, 기존의 국가 장학금 지원 규모 등을 감안하면 기대 효과에 비해 추가 부담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향후 한계 대학의 구조조정에서도 국ㆍ공립대학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많다. 정부가 올해 사실상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게 되는 학자금대출 제한 대학을 50개로 확대하기로 했는데 이들 대학의 재학생을 인근 국ㆍ공립대에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영중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 회장(강원대 총장)은 "분산돼 있는 국ㆍ공립대의 결합을 통해 거점 국공립대를 집중 육성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한계 사립대학도 인수합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 52%가 정원 미달… 휘청거리는 지방사립대

오랜 시간강사 생활을 끝내고 3년 전 지방 사립대 교수로 임용된 조모(41)씨는 대학에 자리잡은 뒤 생긴 몇 가지 변화를 이야기했다. 조 교수는 "지역 고교 진학담당 교사 대부분을 알고 지내야 한다. 곧 시작되는 수시모집에 맞춰 다른 대학 보다 먼저 정보를 제공해야 한 명이라도 더 신입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조 교수가 소속된 학과는 몇 년째 정원 미달 사태가 없었지만 취업 전망이 좋지 않은 학과 교수들은 지원자가 자꾸 줄어 입시 때마다 비상이 걸린다고 했다.

조 교수는 또 다른 변화로 "기본적인 중국어 회화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조 교수가 가르치는 과목에도 중국인 유학생 3명이 수강을 한다. 조 교수는 "아주 어려운 말은 못 알아듣지만 기본적인 중국어는 알아야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대학들은 '전형료 장사'를 한다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해마다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지만 지방 사립대는 상황이 다르다. 입시 때마다 신입생 정원을 채우기도 쉽지 않고, 이 빈자리를 외국인 유학생들이 채우고 있다.

대학정보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비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 126곳 가운데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은 절반을 넘는 65곳(51.6%)이나 됐다. 텅 빈 지방대 캠퍼스를 채우는 것은 중국 등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들이다. 전북 W대는 중국인 유학생이 1,027명으로 전체 정원의 10.1%나 된다. 충북 C대는 1,344명(9.2%), 충남 B대는 962명(8.4%) 등으로 중국 유학생 비율이 높다. 지난해 중국 출신 유학생은 5만9,490명으로 1,182명이었던 1999년과 비교해 12년 만에 약 50배 가까이 증가했다.

조 교수는 "신입생을 유치하는 것도 지방 사립대에선 중요한 일이지만 중도에 탈락하는 학생의 숫자를 줄이는 것도 교수들이 신경 써야 할 일"이라며 "수도권 대학에선 거의 학생 상담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우리 학교에선 적어도 1년에 2번 이상은 학생 전원과 면담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취업에서 불리한 지방대의 여건 때문에 편입 또는 재수를 통해 수도권 대학으로 이동하려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편입 준비에 지출하는 돈은 연간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연덕원 연구원은 "지방 사립대의 부실이 많이 부각되고 있지만 이는 미달되는 신입생 충원율이 때문에 부풀린 측면이 크다"며 "오히려 실제 교육 여건은 교수당 학생비율이 높은 일부 수도권 대학들이 더 열악한 경우가 많다. 지방대뿐 아니라 수도권 대학들의 정원 감축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 1년 경비 2200만원, 감당 못할 서울 유학

지방고교 출신으로 서울지역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등록금뿐만 아니라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월세와도 싸우고 있다.

충남의 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A대 자연계열 3학년에 재학중인 B(21)씨는 지난해 약 2,200만원을 서울 유학경비로 사용했다. 당초 통학 가능한 인근의 국립대도 충분히 지원 가능한 성적이었지만 처음부터 담임교사, 부모, 친지들이 모두 말렸다. "비용이 들더라도 인지도 있는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해야 취업에 유리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B씨의 유학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해당 대학에는 기숙사 시설이 없었고 학교 인근 월세와 하숙집으로 B씨와 같은 학생들이 몰려들어 값싼 월세는커녕 변변한 시설의 방을 구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학교에서 지하철로 네 정거장 떨어진 지역의 월 50만원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다.

B씨는 "등록금과 매달 월세와 생활비를 집에서 받는 것도 송구한데 사실 그 돈만으로 세탁비, 교재비 등을 모두 충당하기는 버거운 수준"이라며 "솔직히 차비가 아까워 한 달에 한번 부모님 댁에 얼굴 보러 가는 일도 망설여질 정도"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부터는 토익 대비 영어학원과 전화영어회화에 매달 드는 20만원을 벌기 위해 원룸 인근 식당에서 하루 5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지난 학기 학점은 평균 B-에 그쳤다.

기숙사가 있는 학교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서울지역 사립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재학생 1만명 이상 대학 17곳 기준 평균 8.8%에 불과했다. 통상 서울지역 대학 재학생의 약 50%가 지방 출신 재학생인 점을 감안할 때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홍익대 5%, 중앙대 4.5%, 동국대 3.7%, 성신여대 2.3%, 세종대 1.5% 등 수용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학교도 수두룩하다. 대학 정보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학기당 2인실 기숙사비는 건국대 195만4,000원, 고려대 158만원, 서강대 174만원, 중앙대 118만원, 숙명여대 107만8,000원, 한국외대 100만원, 성균관대 96만8,000원 등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다수 고교생들은 서울소재 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매년 겨울 서울의 대학가가 전세난에 시달리고 있다. 급기야 2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개발 임대주택, 뉴타운 사업 등으로 올해 379가구를 대학생에게 공급하겠다"고 밝히고 나섰지만 학생들은 '근본 대책이 되지 않는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