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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사법개혁, 예견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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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사법개혁, 예견된 실패

입력
2011.06.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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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이 법원과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칼을 뽑은 지 1년4개월이 넘었지만, 용은커녕 뱀 꼬리도 못 자르고 끝날 판이다. 중수부 폐지, 특별수사청 설치, 양형기준법 제정, 대법관 증원 등 4대 핵심 쟁점에 대한 국회 사법개혁특위의 논의는 성과 없이 논란만 거듭하다가 당사자들의 반발을 넘지 못했다. 법사위에서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하지만 빼든 칼을 거두기 민망해 내뱉는 헛기침으로만 들린다.

사실 지난해 정치권이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했을 때부터 실패는 예견됐다. 우선 논의의 시작이 순수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의 국회 내 '공중부양'사건에 대한 1심 재판부의 무죄 판결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불만을 품은 한나라당은 감정적으로 법원을 손보고자 했다. 이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과잉' 수사로 가슴에 응어리가 진 야당이 동상이몽으로 의기투합했다. 이렇게 시작된 응징적 개혁 논의이니 반발이 더 심할 것은 뻔했다. 의도가 순수하지 않은 개혁이 성공할 리 없었다.

더구나 개혁 논의를 주도한 인사 중에는 검찰에 있을 때부터 숱한 물의를 일으켜 검찰 선후배들마저 한결같이 고개를 가로젓는 인물도 포함돼 있다. 도덕적으로 비난받는 인물이 주도하는 개혁작업이 좋게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논의도 졸속이었다. 짧은 기간에, 법조인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정치인 몇몇이 주도하는 논의 구도에 중립적, 객관적 전문가들의 의견이 광범위하게 반영될 수 여지는 없었다. 이 점에서는 앞서 노무현 정부에서 진행된 사법개혁 작업과 상당히 대비됐다. 노 정부는 2003년 출범 직후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합의로 사법개혁 논의에 착수해 법조계는 물론, 각계 전문가들이 고루 참여한 가운데 다양한 쟁점들에 대해 2~3년에 걸쳐 논의를 지속했다. 로스쿨 도입 등 일정한 성과물도 내놨다. 물론 이 때도 검찰과 법원의 갈등과 각계의 찬반 논란이 적지 않았고, 국회로 넘어간 법안은 일부 핵심 내용이 최종적으로 누락돼 반쪽 개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사회 각계가 참여하는 위원회의 틀을 만들어 장기간 논의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공감대를 상당히 넓혔다는 점에서 이번과는 달랐다.

무엇보다 최고권력자의 의지가 실리지 않은, 그것도 임기 중반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된 개혁작업이 힘을 받기는 어려웠다. 국회 사개특위 소위에서 사실상 합의에 이르렀던 중수부 폐지 방침이 청와대의 한 마디에 없던 일이 된 것은 개혁의 동력이 얼마나 취약했는지 잘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검찰과 법원 개혁의 요구가 정당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국민 다수는 특히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개혁이 당위성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의도의 순수성과 개혁 주체의 도덕적 정당성, 공정하고 열린 논의 구조를 통한 여론의 지지 확보, 여기에 정권의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물며 검찰 같이 막강한 권력집단에 메스를 들이댈 때에는 치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사개특위의 남은 쟁점으로 뜨겁게 논의되고 있다. 검찰과 경찰 모두 조직력을 총동원해 사생결단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집권 초기부터 이 문제를 풀려고 나섰던 지난 정부도 결국은 손을 들고 말았던 사안이다. 과연 임기 말이 다가오는 시점에, 지난 정부보다 개혁의지도 약한 이 정부가 이 민감한 사안의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까. 대답은 역시 부정적이다.

김상철 사회부장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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