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큰, 대왕문어 사진을 신문에서 보았다. 그런데 다리가 8개여서 팔초어(八稍魚)라 불리는 대왕문어의 다리 하나가 잘려나가 아주 짧았다. 그 사진을 보고 누군가 문어는 배가 고프면 자신의 다리를 뜯어먹는다고 했다. 그런가 싶어 알아보니 아니었다.
문어는 제 다리를 뜯어먹는 무식한 포식자가 아니었다. 게와 새우를 즐기는 미식가인 문어는 실리적인 협상주의자인데 두 마리가 마주치면 작은 놈이 알아서 피한다고 한다. 그러니 문어끼리는 서열도 만들어지지 않고 싸움도 없다고 한다. 허나 성체가 되기 전까지 다른 동물에게 잡혀 먹힐 위기가 오면 제 다리 하나를 과감히 '베팅'을 하고 위기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그 대왕문어 다리 하나는 자신보다 더 큰, 가령 범고래나 백상아리에게 잃었을지 모른다. 대왕문어는 먹어보지 못했지만 동해 따라 올라가는 국도 31호선 가까이 살다 보니 문어는 사시사철 좋은 먹거리가 되는 '자연산'이다. 그 중에서 돌문어의 참맛은 포항 구룡포 인근에서 즐길 수 있다.
가끔 대왕문어가 올라오는 곳도 구룡포다. 불시에 모이는 시인들의 모임인 '불시회'가 문어를 주제로 모인다고 불시에 연락이 왔다. 머리에 '먹물'을 가진 문어(文魚)는 문학을 알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많고 많은 바다 해산물 중에서 글월 '文'자가 들어갔겠는가? 문어와 시인의 만남이라! 벌써 입안에 단침이 괸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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