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시해와 일본인/김문자 지음·김승일 옮김/태학사 발행·432쪽·2만원
1895년 10월 8일 새벽에 일어난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일본은 왜 이런 만행을 저질렀을까. 재일동포 역사학자인 이 책의 저자는 을미사변의 뿌리를 일본이 당시 청일전쟁에서 가장 중요시 여겼던 통신선의 확보에서 찾는다.
바다 건너에 대군을 파견하고 전황을 파악해 명령을 내리려면 일본과 전투 지역 사이를 전신선으로 연결하는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청국에 대한 선전포고에 앞서 전쟁터가 될 조선 및 중국 동북부에서부터 일본까지 연결되는 전신선과 전신국을 확보하려고 사력을 쏟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와 결탁해 일본에 반기를 든 명성황후는 눈엣가시였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은 당시 동아시아에서 본격화된 일본과 러시아의 갈등이 조선을 무대로 격돌하며 빚어낸 극단적인 결과임은 잘 알려졌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보다 더 심층으로 들어가 사건의 이면을 들춰냈다.
결국 일본정부와 대본영의 뜻을 받은 전권공사 미우라 고로는 조선에 친일정권 확립을 목표로경성수비대라는 일본 군대를 동원해 명성황후를 시해한다. 미우라는 일본인 사관이 훈련시킨 조선군이 대원군을 옹립하려고 벌인 쿠데타로 가장해 황후를 살해함으로써 일본정부와 일본군의 현안이었던 전신 문제와 군대 주둔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려고 한 것이다. 대본영으로부터 병참수비대의 지휘권을 위임 받은 미우라는 명성황후 시해 이후 다른 나라의 군사 간섭이 있을 경우 수립된 친일정권의 의뢰를 받는 형식을 취해 수비대를 출병한다는 치밀한 계획도 세웠다.
저자는 최근 일본의 교과서 왜곡문제와 관련해 "이러한 갈등의 배경에는 일본이 한국을 지배하려는 오랜 야욕이 숨겨져 있다"며 "일본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를 꾸준히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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