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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미국이 파산하는 날' 美, 경제구조 안바꾸면 이류국가 전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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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미국이 파산하는 날' 美, 경제구조 안바꾸면 이류국가 전락한다

입력
2011.06.1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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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파산하는 날/담비사 모요 지음·김종수 옮김/중앙북스 발행·329쪽·1만5,000원

오늘날 미국 중심의 서구경제가 몰락한 이유는 무엇이며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미국 시간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든 미국의 거시 경제학자 담비사 모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책으로 내놨다. 이다.

책은 미국 경제 추락의 원인을 자본 배분의 왜곡 과정에서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미국은 원래 2차 세계대전 이후 엄청난 부를 쌓고 세계경제를 지배했다. 하지만 정부가 낮은 금리로 대출을 장려해 왜곡된 자본이 주택시장으로 몰렸고, 주택시장은 투기시장으로 전락해 경제 몰락의 주범이 됐다. 부채 보유자가 주식보유자의 무분별한 위험 추구 행위를 관리하지 못한 것 역시 장기적인 경제위기를 일으킨 원인으로 지목됐다.

저자는 노동 배분의 왜곡도 주요 원인으로 짚는다. 미국은 연금 지급을 미루고 부담을 높여 부실 재정의 규모를 키웠다. 서비스 부문에 유리하게 인력을 이동해 인력 불균형 현상을 일으켰다. 운동선수나 CEO, 헤지펀드 매니저 등 사회적 편익을 협소하게 제공한 사람들에게 터무니 없이 많은 연봉이 돌아가면서 우수 인력도 따라서 이동한 것이 그 예다. 또 엄격한 법령으로 뛰어난 글로벌 인재집단의 사회적 진입을 막아 국가적 손실을 낳았다. 결국 미국은 노동 없는 최악의 복지국가가 됐고, 기술의 교만함 때문에 독점 기술을 신흥국에 뺏기고 말았다.

저자는 이런 역사를 바탕으로 30년 후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첫째 '현상유지' 시나리오를 보자. 성장과 경제구조의 변화 추세가 현재의 경로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미국과 대부분의 유럽경제권은 21세기까지 아주 망하지는 않겠지만, 아주 느릿하게 굴러가다 잘해야 2류 경제가 될 것이다. 둘째는 '중국의 후퇴'. 중국은 여전히 중앙집권적 명령경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경제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짐에 따라 지방에 책임과 권한을 이양하지 않는다면 옛 소련과 같이 스스로 자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미국의 반격' 시나리오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과 신흥국의 부상에 대해 반격에 나서려면 단호하고 창의적이며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의 정책은 단지 각 분파와 이익집단의 상대적 힘을 반영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극단적 선택'이 있다. 미국은 국내 금융문제를 정비하고 성장률 추세를 높일 때까지 채무불이행을 포함해 더 폐쇄적이고 보호주의적인 정책을 쓸 수 있다. 이 경우 장기금리가 가파르게 치솟고 그에 따라 주택금융과 회사채시장의 비용도 급증해 미국 경제 스스로도 큰 고통을 겪을 것이다.

미국 경제가 자본과 노동 배분의 왜곡을 수정하지 않는 한, 네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어떤 상황이 현실화하더라도 글로벌 경제의 축은 미국 등 서구에서 신흥국가로 이동할 것이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미국 경제와 연관이 깊고 여러 면에서 유사한 한국 경제를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하는 데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원제는 [How the west was lost].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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