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각한 전력난… 대륙의 야경이 어두워진다
중국의 경제 중심지 광둥(廣東)성. 중국 고도성장의 최첨병이라 할 수 있는 이 지역의 야경이 최근 어두워지고 있다. 때이른 전력부족 현상으로 가로등의 밝기를 낮추고, 지난해 아시안게임 개최에 즈음해 1억5000만위안(약 250억원)을 들여 설치한 도심 야간조명 시설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절전 대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부 저장성의 일부 공장들은 5월 들어 '일주일에 사흘씩 전력 공급 중단'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3월에는 일주일에 하루, 4월부터는 일주일에 이틀씩 전기가 끊기더니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런 제한송전 대상기업들은 전국적으로 6만 8,000곳에 달한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 고도성장이 지속되면서 에너지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나 발전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매년 여름마다 전력부족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중국 기업에게는 일주일에 4일만 전력을 공급하고 나머지 3일은 전력을 공급하지 않는 '개사정삼(開四停三)' 통보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올해는 전력 비수기인 3월부터 전력난이 시작된 데다 금년 여름 전력 부족규모가 전체 발전량의 3% 수준인 3,000만㎾에 달할 것이라고 중국 전력기업연합회가 경고하는 등 2004년 이후 가장 심각한 전력난이 예상되고 있다.
예년보다 그 시작 시기가 빠르고 정도도 심각한 전력난의 원인은 무엇일까. 극심한 가뭄에 따른 수력발전량 감소, 알루미늄 제련과 같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가동률 상승 등도 이유로 꼽히고 있지만 보다 구조적으로는 전기요금 규제에 따른 화력발전소의 발전량 감소를 들 수 있다. 현재 중국은 전력생산의 70% 이상을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데 석탄과 전기요금의 가격결정체계가 달라 화력발전소가 발전량을 늘리면 늘릴수록 빚더미에 앉는 실정이다. 중국 내 천연자원(석유, 석탄, 철광석 등) 가격은 국제시세의 변동을 비교적 잘 반영하고 있지만, 천연자원을 원료로 하여 생산되는 제품(전력, 난방 등)의 가격은 정부가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 대부분 석탄을 때는 만큼 화력발전 생산원가는 70%가 석탄인데, 석탄가격 상승에 맞춰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기 때문에 적자를 피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로 2008년 이후 전기요금이 석탄가격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함에 따라 중국 5대 화력발전소의 3년간(2008∼2010년) 누적 적자규모는 600억위안(10조원)을 넘어 섰다. 특히 작년 11월 이후 석탄가격이 20% 이상 상승했으나 전기요금은 전혀 인상되지 않아 5대 화력발전소는 올 1∼4월중에만 105억 위안의 적자를 봤다.
중국 정부도 전기요금 규제에 따른 문제점을 인식하고 석탄가격의 상승을 전기요금에 반영할 수 있도록 2005년 4월부터 전기요금의 원가연동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요금은 2005년과 2006년에 각각 한 차례씩 조정되는 데 그쳤으며 2007년 이후에는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여 거의 조정되지 않았다.
가격왜곡에 따른 부작용이 커져감에 따라 중국 정부는 전기, 수도 등의 요금 결정방식을 합리화하는 시장화 개혁을 금년부터 시작되는 12차 5개년 계획 기간 추진과제의 하나로 삼았다. 이에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올해 전기 및 수도요금을 원가에 맞춰 점차 현실화하기로 하고 그 첫 단계로 올해 6월 15개 성에서 주거용을 제외한 전기요금을 3% 인상했다.
하지만 전기요금을 완전히 자율화할 경우 요금 대폭상승에 따른 물가불안이 고민스러울 수 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1989년 천안문 사건이 연 18% 이상의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민심이반으로 촉발되었던 것을 잊지 않고 있다. 현재 돼지고기 등 식료품 중심으로 물가상승률이 5%대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민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가불안을 유발할 수 있는 전기요금의 대폭 조정은 쉽지 않은 문제다. 물가불안과 정부규제의 실패 사이에서 중국 정부가 묘책을 찾지 못한다면 올해 중국의 여름은 어느 해보다 뜨거울 것으로 생각된다.
오용연 한국은행 국제경제실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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