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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메시지] 펀드도 소비자 주권시대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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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메시지] 펀드도 소비자 주권시대 열어야

입력
2011.06.1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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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상파 방송의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을 가끔 보곤 한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대부분 아이들은 모두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안하무인격의 행동을 보인다. 말썽을 부리는 아이의 종류도 참 다양하다. 폭력적 아이부터 식사를 거부하는 아이, 이유 없이 심통을 부리는 아이, 무조건 울고 보는 아이, 심지어는 배변을 거부하는 아이도 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상하리만큼 의외의 결론에 도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그램은 분명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인데, 문제의 원인은 아이들의 부모가 제공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먹기를 거부하는 아이의 경우 아이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부모를 발견하게 된다. 그저 부모 입장에서 식사 시간, 식단의 종류, 식사 공간 등을 설정하고 아이에게 무리하게 먹기를 강요한다. 올바른 의사전달 방법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는 이상한 행동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출한다.

어쩌면 우리나라 펀드 판매 행태도 이와 같지 않나 생각한다. 펀드 시장이 소비자 위주가 아니라 공급자 위주로 발전되어 왔다. 투자자의 객관적 투자판단을 위한 펀드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펀드를 운용하고 판매하는 쪽의 입장에서만 고려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판매사는 이런 지적에 볼멘소리를 낸다. '수익이 얼마 안 남는 펀드를 판매하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라며. 하지만 문제는 '과연 이런 노력들이 진정 소비자 입장에서 고려되었는가'이다. 판매 회사가 기울이는 다양한 노력들이 진정 투자자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더 많은 자기성찰과 고민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투자자는 펀드 투자 이후에 어떤 서비스를 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고액투자자를 제외한 일반 투자자들은 과연 어떤 대우를 받고 있을까. 기준가나 수익률 정도의 문자메시지를 받거나, 형식적인 그래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운용보고서가 전부일 것이다. 현재 가입한 펀드 성과의 적정성, 투자 이후 합리적 투자판단을 위한 대안이나 대처방안, 적절한 포트폴리오 재조정과 관련한 정보 등을 일선 창구에서나 사후 서비스 차원에서 받길 기대하는 것은 정말 무리일까.

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양적 팽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외면 받는 펀드 시장을 돌이켜 볼 때 이제 과거와는 다른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 시장의 질적 성장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그것도 바로 지금 말이다.

이현규 펀드평가사 제로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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