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본색일까. 취임 초 잔뜩 몸 낮춘 행보를 보이던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다시 꼿꼿해지고 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은행장급 회의에 거듭 불참하면서 "취임 초 모습은 의도적인 몸 낮추기 행보 아니었느냐"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17일 오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주재로 주요 은행장들이 만나 금융 현안을 논의하는 월례 금융협의회가 열렸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등 주요 은행장은 물론 외환, SC제일, 한국씨티 등 외국계 은행장까지 모두 참석했지만 강 회장은 보이지 않았다. 한은 측은 "내부 주요 회의가 있어 불참한다는 통보만 받았다"고 했지만, 실제 산은에서는 특별한 내부회의는 없었다.
1주일 전인 10일 오후 열렸던 한국은행 창립 61주년 기념식. '중앙은행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4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이 모였지만 이 자리에도 강 회장은 불참했다. 특히 강 회장은 61주년을 축하하는 화환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 보다 이틀 전인 8일에도 강 회장은 은행연합회 주최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와 은행장 상견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른 시중은행장들과 달리 강 회장은 국회 정무위 출석 등을 통해 의원들과 자주 만났기 때문"이라는 꽤나 군색한 이유가 변명거리였다.
강 회장의 이런 행보를 두고 뒷말도 무성하다. 강 회장은 최근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하려던 메가뱅크 계획이 무산되면서 몹시 불편한 심경을 보이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산은 관계자는 "굳이 이런 속내를 감춰가며,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 회장이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금융당국의 메가뱅크 포기 방침에 서운함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강 회장의 초기 몸 낮추기 행보가 애당초 진정성이 없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강 회장 취임 초기 은행장 모임에 참석하는지 여부를 두고 말들이 많으니까, 한 두 차례 참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강 회장이 계속 나홀로 행보를 이어간다면 산업은행과 다른 은행들간의 괴리감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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