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1337년)보다 최소 145년 이상 앞선 금속활자라는 주장이 제기된 증도가자(證道歌字)에 묻은 먹이 고려시대 것이라는 과학적 분석 결과가 다시 나왔다. 지난해 KBS 1TV '역사스페셜' 제작진이 한국과 일본 연구기관에 의뢰해서 얻은 탄소연대 측정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안 책임연구원은 경북대 사회과학연구원과 청주고인쇄박물관이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증도가자 학술대회에서 증도가자 중 먹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는 일곱 자, 佛(불) 悲(비) 大(대) 人(인) 源(원) 醯(혜) 胱(광)을 탄소연대 측정한 결과 모두 직지심체요절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홍 연구원은 그러나 이 연대가 곧 활자의 제작 시기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고 단서를 달았다.
悲자에 묻은 먹은 1210~1279년에 속할 확률이 68.2%, 1160~1280년에 속할 확률이 95.4%로 나타났으며, 佛자의 먹은 1030~1160년(68.2%), 1010~1210년(95.4%)으로 나타났다. 또 大자의 먹은 770~980년(94.0%), 人자 먹은 810~1030년(95.4%)의 것이라는 수치가 나왔다.
증도가자가 직지심체요절보다 앞선 금속활자라는 주장은 지난해 9월 남권희 경북대 교수가 실물 12점을 공개하며 처음 제기했다. 남 교수는 고려 고종 26년(1239) 간행된 목판 번각본 '남명천화상송증도가'(보물 758호, 이하 증도가)의 서체가 증도가자 활자와 일치한다며 증도가자는 고려가 강화도로 천도한 1232년 이전의 금속활자라고 주장했다. '증도가' 끝 부분에는 "이 책의 원본은 금속활자로 찍었으나 (몽골 침입에) 강화도로 천도하면서 원본을 1부밖에 가져오지 못해 목판으로 다시 찍었다"고 간행 경위가 기록돼 있다.
증도가자는 현재 지방의 개인 소장자가 120여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 교수는 "이 활자들이 북한 개성에서 출토됐으며 중국을 거쳐 국내에 들어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금속활자들이 증도가 원본 활자로 확인된다면 세계 인쇄사를 다시 써야 할 획기적 사건이지만, 이를 입증할 학계의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다. 남 교수도 "증도가자의 실물을 본 학자는 서너 명에 불과하다"며 "서지학과 과학적 분석을 포함해 좀더 많은 학제간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남 교수와 홍 연구원 외에 옥영정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예병준 경북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이승철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사 등 6명의 학자가 금속활자의 주조 방법과 기술, 증도가자의 개요와 특징, 증도가와 증도가자의 서체 비교 등에 관해 발표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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