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배드민턴 혼합복식 세계 최강자로 군림했던 라경민(35) 감독 대행이 선수로 '깜짝’ 복귀해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기염을 토했다. 그동안 플레잉코치가 선수로 뛴 적은 있었지만 사령탑이 라켓을 다시 잡고 팀을 정상에 올려 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경민 대행이 이끄는 대교눈높이는 17일 경북 안동시 안동대학교 체육관에서 벌어진 제54회 전국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일반부 단체전 결승에서 삼성전기에 극적인 3-2 역전승을 거두고 4년 만에 정상 탈환에 성공했다. 전날 창원시청과의 준결승 3복식에서도 ‘제자’ 박선영과 호흡을 맞춰 2-0(21-18 21-13) 완승을 거둔 라경민 대행은 삼성전기와의 결승에서도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코트에 나섰다.
라 대행은 팀이 1-2로 뒤지고 있는 4번째 복식에서 2008베이징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 리스트이자 현역 최강으로 손꼽히는 이효정-강해원조를 2-0(21-19 21-9)으로 가볍게 제압하며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기세가 오른 대교눈높이는 5단식 주자 이현진이 삼성전기 황혜연을 2-0(21-15 21-19)으로 완파하며 극적으로 정상에 올랐다.
사실 라 대행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 등록을 한 것은 ‘고육지책’이었다. 팀 주축 하정은이 대표팀에 차출된데다 최혜인마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선수가 4명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2007년 현역에서 은퇴했던 라 대행은 2009년 전국가을철종별선수권대회에서 잠시 선수로 복귀했지만 다시 코트를 떠났다. 라 대행은 성한국 전 감독이 지난 1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됨에 따라 뒤를 이어 대교눈높이 사령탑에 앉았다. 그러나 지난 4월 첫 출전한 전국봄철종별선수권대회 4강에서 ‘셔틀콕 여왕’ 길영아 감독이 이끄는 삼성전기에 고배를 마셨다.
라 대행은 "선수가 부족해서 나선 것이지 절대 현역으로 복귀한 것은 아니다"며 "팀 지휘봉을 잡고 처음 우승해 너무 좋다. 오랜만에 경기를 뛰어 체력을 걱정했는데 뜻밖에 승부가 빨리 결정돼 너무 다행스러웠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한편 남자단체부 결승에서는 상무가 당진군청을 3-2로 꺾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고, 남자 대학부와 여자 대학부 우승은 각각 동의대와 인천대가 차지했다.
이승택기자 ls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