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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하이테크 전쟁' 로봇기술의 발달…미래의 전쟁 양상은

입력
2011.06.1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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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테크 전쟁/피터W. 싱어 지음·권영근 옮김/지안 발행·648쪽·2만4,500원

로봇 무기는 더 이상 SF영화 속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다. 이라크전에서만 육ㆍ해ㆍ공을 통틀어 30여 종 2만대 이상의 로봇 무기가 실전에 투입됐다고 한다. 무인정찰기 및 폭격기의 대표 주자인 프레데터는 2005년부터 본격 투입돼 첫해에만 2,000회 이상의 작전에 참가했다. 무인차량, 자동요격무기, 해상 기뢰 제거용 등 군인을 대신한 로봇들이 위험한 전장을 누빈다. 로봇을 이용한 본격적인 원격 전쟁의 시대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이다.

미국의 국제정치 및 분쟁 관련 전문가인 피터 싱어가 쓴 <하이테크 전쟁-로봇 혁명과 21세기 전투> 는 이러한 로봇공학의 발전에 따른 미래의 전쟁 양상을 내다본 책이다.

민간 분야에서 로봇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로봇 공학을 이끄는 곳은 군사 분야. 미국이 9ㆍ11 후 대테러전 과정에서 로봇공학 기술을 무기화하는데 앞장서 왔는데, 저자는 급속히 발전중인 '로봇 전쟁'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로봇 무기 대부분이 민간에서 개발되며, 이중 상당수가 공개 무기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어 용병기업이나 민병대는 물론 대학생, 심지어 테러리스트도 돈만 있으면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로봇 무기로 인해 제기될 다양한 문제점을 따지는 대목도 흥미롭다. 로봇으로 인해 군인의 희생이 적어지게 되면서 크고 작은 분쟁이 더 쉽게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두 말 필요가 없다. 급박한 실전 상황에서 인간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무기를 발사하는 자율형 로봇 무기는 윤리적 문제를 낳는다. 실제 1988년 미 이지스함의 자동 레이더시스템이 민간 이란여객기를 적 전투기로 오인해 격추하는 바람에 290명의 승객이 사망하는 참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미 본토의 부대에 출근한 군인이 무인 폭격기를 비디오게임을 하듯 조종해 분쟁 지역을 폭격한 뒤 퇴근하는 식의 새로운 전투 양상도 여러 가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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