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A중학교 한모(39)교사는 자신의 반 김모(14)군이 이달 7일부터 등교를 하지 않고 연락도 안되자 16일 관할 파출소에 신고했다. 경찰은 김군이 사는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아파트로 갔지만 현관문은 잠겨 있었다. 119구조대가 출동해 이날 오후 7시50분께 문을 뜯고 집으로 들어선 순간 경찰들의 얼굴은 굳었다.
안방 바닥에는 집주인 김모(52ㆍ피시방 운영)씨가, 침대에는 부인 박모(49ㆍ여)씨가 각각 누운 채 숨져 있었다. 외상은 없었지만 침대 옆 화덕 안에는 하얗게 탄 연탄이 들어 있었다. 집안의 창문은 모두 닫혀 있었고 방문들은 활짝 열린 상태였다. 큰 아들인 김군 역시 자신의 방 침대에, 초등학생인 둘째 아들(12)은 거실 바닥에 각각 숨져 있었다. 네 명의 시신은 숨진 지 오래된 듯 모두 부패가 상당히 진행됐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위치나 차림새로 미뤄 아이들은 평소처럼 자다가 모르고 죽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혀를 찼다.
아버지 김씨가 쓴 A4 용지 2장 분량의 유서에는 “사는 게 힘들고 아이들 맡길 데가 없어 모두 먼저 갑니다” “엄마가 이기셨다, (동생을 향해) 나중에 다시 만나면 웃으며 소주 한잔 하자”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
조사결과 김씨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70만원인 이 아파트에 살았지만 몇 달째 월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재산 문제로 부모 및 동생들과는 불화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신에서 일산화탄소 중독현상이 나타나 김씨가 생활고를 비관해 가족들과 자살을 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망경위를 조사 중이다.
수원=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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