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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해법, 대학구조조정이 먼저다] (3) 무엇이 개혁 가로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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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해법, 대학구조조정이 먼저다] (3) 무엇이 개혁 가로막나

입력
2011.06.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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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직원 "내 밥그릇" 동문들 "내 졸업장"… 대학통합 가시밭길

올해 3월 충남대, 공주대, 공주교대 등 대전ㆍ충남 지역 3곳의 국립대 총장들은 통합을 추진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통합이 성사될 경우 교수 1,500명에 학생수 4만9,000여명의 초대형 국립대가 탄생하게 돼 관심이 쏠렸다. 이들이 체결한 양해각서에는 '세종시에 융복합 캠퍼스를 설립해 2020년 세계 100위권 대학 진입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복 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를 줄이고, 유사 학과를 정리해 학제를 개편하면 전임교원 확보율을 올릴 수 있어 대학 경쟁력 측면에서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불과 두 달 후 통합 추진 작업이 무산됐다. 통합대학 이름이 걸림돌이었다. '충남대로 하자'(충남대)는 쪽과 '새 이름으로 하자'(공주대, 공주교대)는 의견이 맞섰고, 대학 본부의 위치 문제도 합의하지 못했다. 충남대는 세종시에, 공주대는 공주캠퍼스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고, 공주교대는 '교명을 충남대로 할 경우 대학본부 위치는 공주캠퍼스로 하자'고 중재했지만 결렬됐다. 충남대 일부 동문들까지 가세해 "60년에 이르는 역사와 정체성을 가진 모교의 이름을 바꾸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반발했다. 통합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학과 구조조정은 본격적으로 논의도 못했다. 충남대 교수회는 중복학과 통합과 관련 "학교측의 사전 동의가 없었다"며 논의 자체를 반대했다. 3개대학 총학생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학생들의 통합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처럼 대학 통폐합 등 구조조정은 재단ㆍ학생ㆍ교직원 등 직접적 당사자뿐 아니라 동문, 정치인, 지역사회가 긴밀하게 얽혀 있는 어려운 작업이다. 따라서 정부가 장기적 시각과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역대 정권들은 이해 상충 세력의 반발이 두려워 '자율 추진'이라는 미명 뒤에 숨어 소극적인 모습만 보여 왔다.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정원 미달과 부실 대학의 난립으로 인한 문제점은 1990년대부터 드러나기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 수차례 대학의 구조조정 정책이 발표됐지만, 대부분 대학 안팎의 반발에 밀려 근본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2004년 통합한 공주대와 천안공대는 '제3의 교명'을 사용하기로 합의했으나 이후 공주대가 교명을 바꾸지 않자 천안시민들이 반발했다. 지역 기관단체장들로 조직된 천안발전회는 교통표지판에 공주대 안내 문구를 삭제해 달라고 천안시측에 요구했고, 공주대와의 산학협력사업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8년 경상대와 창원대의 통합 문제도 양측 구성원과 지역 주민들간의 갈등으로 번졌다. 창원대 동창회와 구성원들은 규모가 큰 경상대로의 흡수 통합에 반대했고, 진주시의회와 경남지역 8개 시장군수 등 정치인들까지 나서 '통합 대학 본부의 창원 이전 반대'를 주장해 결국 무산됐다.

긴급한 대학 통합 작업이 지엽적 문제로 좌절될 때 중앙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는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통합 이후 후속 조치 미흡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2006년 통합한 전남대와 여수대는 통폐합이 필요한 유사학과가 16개에 달했으나 통합된 학과는 행정학과와 유아교육학과 등 2개과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 이전 6처2국15과1실이었던 대학조직도 4처1국4본부14과2팀1실로 외형상 2처1국이 줄었으나 4본부와 2팀이 늘어 사실상 중복조직 슬림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일부 대학들은 정부의 지원금을 타내기 위해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등 실적 위주로 졸속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반강제적으로 유도한 후 추진 과정과 결과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구성원간의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함은 물론, 정부도 지속적으로 중재와 감독에 나서야 부작용이 최소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 강단없는 정부… 대학 구조조정 헛바퀴

등록금 정부지원에 선행돼야 할 부실 대학 구조조정과 사학비리 개혁은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여러차례 시도 됐으나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003년 교육과학기술부(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학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과감한 대학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선택과 집중의 원칙하에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2004년 유사학과 통폐합을 골자로 한 '대학구조개혁 방안'까지 발표되면서 대학 구조조정은 급물살을 타는 것처럼 보였다. 그 결과 공주대-천안공대 등 국립대 10곳이 통폐합되고 일부 대학이 정원을 10%이상 감축했지만, 단순 통합 및 정원 축소에 그쳤을 뿐이라는 평가가 많다.

현 정부 들어서는 교과부가 2009년 퇴출대상 부실대학을 13곳을 선정하고도 강제 퇴출의 법적 근거가 없어 명단을 비밀에 부쳤다. 2010년에는 취업후학자금상환제(ICL) 대출제한 대학 50곳을 지정하려 했으나 23곳으로 축소했다. 결국 지난해 4년제 대학 중 정원을 90%이상 채우지 못한 곳은 40여 곳에 달했지만 대출 제한을 받은 학교 중 4년제 대학은 9곳뿐이다.

부실대학 강제 퇴출의 근거가 될 사립대구조개선특별법도 1년 넘게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김선동 의원(한나라당)이 대표 발의한 제정안은 한계 사학재단의 자발적 퇴출을 유도하기 위해 재단 설립자에게 최초 기여분을 일부 돌려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고, 교과부 제출 안은 퇴출 사립법인의 재산을 사회복지 법인 등 공익법인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등록금 논란이 가열되자 14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가 해당 법안을 공청회 없이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결국 비리 사학재단의 책임을 법으로 면제해 주는 것'이라는 반발도 있어 논의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사학 비리 근절도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상지대 비리 재단 인사를 정이사로 선임해 논란을 일으켰던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올해도 대구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등의 옛 비리재단 복귀 안건을 논의해 비난을 샀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해외 대학 구조조정

반값 등록금 주장을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요구이거나 표를 얻기 위해 실현 불가능한 약속이나 내놓는 정치인의 얄팍한 술수로만 여기는 사람들이 즐겨 제시하는 외국 사례가 지난해 말 유럽 전역에서 들끓었던 대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다. "정치인들이 무리하게 복지 확대 약속을 내놓았다 역풍을 맞은 것"이라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하지만 이런 주장 역시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대학 전통과 제도에서 파생된 문제를 자기 잣대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무조건 반값 등록금'을 주장하는 사람과 별 차이가 없다.

지난해 11월 영국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새로 들어선 보수ㆍ자유당 연립정부가 재정적자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보조금을 줄이면서 학비 상한선을 연간 3,290파운드(약 580만원)에서 9,000파운드(약 1,620만원)로 3배 가까이 올렸기 때문이다. 그 책임은 물론 직전 노동당 정권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학 설립을 장려하고 지원금을 늘린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6배 이상 큰 영국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학 숫자는 130여개로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주장은 찾기 힘들다. 유럽 전역에 확산되는 재정위기에 대한 비상대책으로 대학보조금을 줄인 것이지, 미래 지식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교육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견을 찾기 힘들다.

반면, 일본은 대학 진학률(2,3년제 포함)이 76%대에 달하고 사립대학의 재학생이 전체 대학생의 80%를 차지하는 등 한국과 유사한 상황이다. 게다가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이 절반을 넘는 것도 우리나라 대학들이 임박한 상황과 같다. 일본은 1980년대부터 대학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우선 국립대 구조개혁은 ▦재편ㆍ통합을 통한 국립대 수 감축 ▦상위권 대학 중점 육성 ▦국립대 법인화를 통한 민간 경영제도 도입을 골간으로 진행됐다. 일본은 이를 통해 89개 국립대를 법인화했고, 171개 국립대를 97개로 축소했다. 또 사립대의 경우 국가가 운영실태를 면밀히 조사해 ▦정상 ▦경영곤란 ▦자력재생 곤란 ▦파탄 등 4단계로 분류해 상황에 맞춘 지원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지원에도 경연개선이 불가능한 대학의 경우에도 상황에 맞춘 퇴출절차를 마련해 자율적으로 문을 닫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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