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감세 철회라는 빅이슈를 다룬 16일 한나라당 의원총회 비공개 토론은 1시간여 만에 다소 싱겁게 끝났다. 토론에 앞서 추가 감세 철회 찬성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 소속 의원 대상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감세 유지론자들은 "감세를 철회할 경우 오히려 중소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반격에 나섰지만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이를 두고 당 주변에선 "비상대책위가 정한 전당대회 룰마저 바꾼 신주류 쇄신파의 힘이 다시 확인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되자마자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감세 유지론자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당론화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박준선 의원은 "2008년에 감세 정책을 이미 실시한 만큼 사실상 당론 변경에 해당돼 의원 3분의2 찬성이 필요하므로 (추가 감세 철회를) 당론으로 정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진성호 의원도 "18대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가세했다.
이에 '새로운 한나라' 소속 정태근 의원은 "2008년엔 원내대표에게 맡긴 것이지 당론을 정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한 뒤 "감세 철회는 한나라당의 쇄신 의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무엇보다 다수 의원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았느냐"며 압박했다. 정책위부의장인 김성식 의원도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 많은 감세가 이뤄진 만큼 철회하는 것이 맞다"고 가세했다.
'민본21' 소속 김세연 의원 역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추가 여력이 있는 쪽에서 조금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며 "사실상 당론으로 정한 뒤 정책으로 추진해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전달하자"고 말했다.
그러자 대표적 감세론자인 나성린 의원은 "추가 감세 철회를 하면 야당의 '부자 감세' 논리는 잠재울 수 있겠지만 우리 당 지지자들은 '무슨 이런 당이 있느냐'고 돌아서 표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재반격에 나섰다. 나 의원은 "대기업을 공적(公敵)으로 모는 건 곤란하다"며 "의원들의 걱정은 알았으니 당 정책위와 국회 기획재정위에 맡겨주면 당의 기본 가치를 지키면서 오늘 나온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설득했다.
차명진 의원도 "국민에게 약속한 정책을 바꾸려면 사과나 응분의 보상이 필요하다"면서 "추가 감세를 철회하더라도 왜 이를 야당과 협상 무기로 활용하려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유일호 의원 역시 "세제가 아니더라도 임시투자세액공제 중지 등 대기업의 잘못을 바로잡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며 "왜 중소기업에 가는 혜택마저 막으려고 하느냐"고 따졌다.
이날 의총은 초반에는 소속 의원 80여명이 참석해 그런대로 구색은 갖췄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발표 이후 비공개로 전환되자마자 20여명이 상임위 일정 등을 이유로 썰물처럼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의총이 끝날 때 자리를 지킨 의원은 소속 의원 170명 중 20% 정도인 30여명에 불과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