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에서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던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16일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나라당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아 제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해 무겁게 고민한 끝에 7ㆍ4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가 불출마하기로 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수도권 대표론'이었다. 그는 "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이 정말 어렵다고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영남 출신인 제가 당대표를 맡는 것보다는 수도권 출신에게 당 대표를 맡기는 것이 수도권 선거에서 단 한 석이라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불출마 결정의 바닥엔 복잡다단한 사연들이 깔려 있다.
우선 그를 향한 친박계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다. 때문에 "김 전 원내대표가 친이계 대표 주자로 출마하게 되면 이번 전당대회에서 그간 잠잠하던 친이계ㆍ친박계 갈등이 다시 점화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김 전 원내대표가 이날 불출마의 변에서 "이번 전당대회가 대결의 전당대회가 아닌 화합의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이 반영된 것이다.
선거인단이 1만명에서 21만여명으로 대폭 늘어난 상황에서 '여론조사 30% 반영' 룰이 유지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후보들에게 밀릴 수 있다는 점을 그의 불출마의 한 이유로 보는 시각도 있다. 물론 그는 "전대 룰의 유불리를 따져본 적이 없다"고 했다.
또 친이계가 김 전 원내대표와 원희룡 전 사무총장, 나경원 전 최고위원 등을 동시에 놓고 저울질하면서 지지 분위기가 미온적인 데 실망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그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나 이재오 특임장관과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고 했다. 애당초 친이계 대표 주자 자리를 받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어쨌든 그의 불출마로 친이계 대표주자 자리는 이제 원 전 사무총장이나 나 전 최고위원에게 돌아가게 됐다. 친이계 내에선 양론이 존재한다. "친이계의 조직 표를 받아 안으려면 원 전 총장이 제격"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나 전 최고위원이 대중 인지도 등을 감안하면 더 경쟁력이 있다"는 반론도 있다. 아울러 친이계 내부에선 "신주류 측과 맞서려면 두 사람 중 한 명만을 내보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최종 조율 여부가 주목된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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