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도입 리베이트를 근절하려던 정부의 노력이 자중지란으로 무산될 처지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미 2년 전 리베이트 엄단을 지시했지만 부처간 이견으로 근거법률이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이 지난해 3월 의원입법으로 발의했던 원가부정방지법에서 리베이트 금지 조항이 삭제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당초 법안의 5조 5,6항은 '군수품무역중개업을 하는 자는 계약을 체결하거나 중개수수료를 받았을 경우 이를 방사청장에게 신고하고, 중개수수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액수를 초과하여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기 거래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리는 리베이트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수정안에서는 이 부분이 제외됐다.
이 대통령은 앞서 2009년 9월 "무기도입 시 (중개업자가) 리베이트만 안 받아도 국방예산을 20% 감축할 수 있다. 무기구입과 조달은 현 구조에서 근원적으로 비리가 생길 틈이 있다"고 질책했다. 이어 두 달 뒤 검찰이 대대적으로 방산업체 리베이트 수사에 나섰지만 근거규정이 없어 지지부진했던 전례가 있다. 방산비리 척결은 여전히 정부의 중점과제다.
따라서 방사청은 법률을 새로 만들어 리베이트를 원천 차단하고자 했다. 1년 넘게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고 공청회 절차까지 마쳤다. 그런데 난데없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제를 제기했다. 해외에서 도입하는 무기가 많은 상황에서 법 5조에 따라 일일이 중개수수료를 확인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자유경쟁을 제한해 업체간 담합을 조장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었다. 그러자 국회도 "부처간 잡음이 있는 법안은 처리할 수 없다"며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이에 방사청은 어쩔 수 없이 리베이트 금지 조항을 법안에서 뺐다. 정부 내 충분한 합의 없이 서둘러 추진하는 바람에 막판에 핵심내용이 빠진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에 워낙 오랫동안 계류된 법률이라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며 "그나마 6월 국회에서 통과되면 다행인데 어찌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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